일운면 소동마을 옥녀봉 아래에 건립중인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공사 현장.

아파트 공사로 지하수 흐름 변화? 거제시 “단정하기 힘들다” 난색

일운면 소동마을에 살고 있는 김 모(56) 씨 부부는 비가 오던 지난 22일 새벽 4시,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방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상황에 당황한 부부는 양동이를 찾아 물을 퍼냈다. 아들까지 가세했지만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어쩔 도리 없이 119에 신고까지 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양수 펌프를 가동했지만 용량 문제로 여의치 않았다.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드릴 공구를 빌려와 방바닥 모서리 세 군데를 뚫기에 이른다. 바닥에 전기콘센트라도 있었다면 자칫 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바깥 마당으로도 물은 가득찼다. 지하에서 분출한 물이 집을 에워싸 커다란 물줄기를 이룬 형국이었다. 양수작업은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옥녀봉 방향에서 물이 덮친 피해세대 위치

아닌 밤중에 물벼락

일운면 소동마을 일원에 소동임대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건립이 한창인 가운데 주택 침수 피해가 발생, 아파트 공사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물길이 바뀌어 아래쪽 주택을 덮쳤다는 게 피해 주민의 호소다.

피해 주민 김 씨 부부에 따르면 22일 사고 발생 이후 피해를 입은 침실은 침대 등 가구는 물론이고 바닥 장판까지 치워진 상태다. 28일 기자가 방문한 당시에도 마당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김 씨 부부는 “이 집에서 17년을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태풍이 오거나 큰 비가 왔어도 피해가 없었는데, 하필 아파트 공사 이후 피해를 입었다”며 “사고 이후 사나흘 동안 물 웅덩이에 빠진 것만 같았다”고 토로했다.

문지방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

소동마을은 옥녀봉 아래로 완만하게 계단식 경사를 이루며 지세포 바다가 바라보이는 지형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이어서 이번 같은 침수피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공사가 옥녀봉 산지의 ‘저수 기능’을 교란시킨 게 아니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김 씨 부부가 이번 사고를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지목하는 이유다.

김 씨 부부는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한 때는 흙탕물이 넘쳐 마을로 흘러 내린 경우도 있었다”며 “마을에 큰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서 공사 소음이 잦아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정황이 명확하지 않느냐. 침사지를 조성하면서 물길이 바뀌었다는 게 상식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 부부는 금주 초 거제시청을 찾아 조사와 대책마련, 피해보상을 강하게 촉구한 상태다.

양동이들이 퍼낸 물로 한가득이다.

물난리를 겪은 침실

마당도 물이 흥건하다.

피해 원인 두고 공방

거제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거제시 건축과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가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면서 “지질전문가를 수소문해 이 사안을 문의한 결과,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총괄과의 조사가 이뤄질 계획으로 시공사에도 자체조사를 권고했고 예의주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제시 안전총괄과는 이에 따라 새해 1월 2일 지하수 흐름 조사 취지의 시험 터파기에 나설 예정이다. 물길 방향을 확인해 인근 우수관 쪽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피해주민의 침수피해를 자연재난으로 판단해 재난지원금(최대 100만 원)은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총괄과 역시 아파트 공사를 피해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다.

시공사인 서희건설 측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공사현장 한 관계자는 “설계대로 터파기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중이며 외곽에 조성한 침사지는 지표면에 조성했기에 지하수 수위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이번 주택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 김 씨가 물이 분출하던 지점(자택 북서 방향 밭)을 가리키고 있다.

김 씨 부부는 거제시와 시공사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공사와 이번 피해의 인과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조사와 명확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 자문을 거쳐 ‘아파트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혀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소동마을에 건립중인 아파트는 686세대 규모로 지난 2013년 초순부터 조합인가 등 절차를 거쳐 2014년 말 착공, 현재 공정은 2~3% 선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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