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직립보행이다. 다른 동물들은 네 발로 걷는데 반해 인간은 두 발로 걸음으로써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수만 년에 걸쳐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팔과 손은 그 어떤 동물들보다 정교하게 발달되었다.

팔과 손에 의존하는 부분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빼고서는 생산 활동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도 쉽지 않다. 농토에서 호미질에 여념 없는 농부에게도, 음식을 하고 손님에게 상을 차려 내는 이에게도,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무직에게도 손의 중요함은 차이가 없다.

이렇게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손목에 혹이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흔히 담핵이라고도 부르는 결절종이다. ‘종양’이라고 하면 덜컥 겁을 먹을 수 있는데, 사실 이 결절종도 종양의 하나이다. 종양이라고 해서 암과 같이 무시무시한 것은 아니고, 물혹의 일종으로서 우리 몸에서 생기는 종양 중 가장 흔한 것이다. 촌에서는 보통 ‘자갈풍’이라고 부르고, 한의에서는 취근(聚筋), 근류(筋瘤)라고도 불러왔다.

결절종은 작은 주머니 속에 투명하고 끈끈한 젤리같은 물질이 가득 차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크기는 콩알만한 것에서부터 밤알만한 것까지 다양하고, 손목의 등 쪽이나 손바닥 쪽, 혹은 손가락 등 쪽과 손가락 바닥 쪽, 발목의 등 쪽, 무릎의 측면과 오금 쪽에 발생하는데 특히 손목의 등 쪽에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발병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관절을 삐거나 관절에 타박상을 입거나 손발 관절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으로 인해 힘줄이나 관절을 싸고 있는 막이 찢어지게 됨으로써, 안에 있던 점액이 흘러나오거나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결절종이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해당 관절의 사용을 줄이면 크기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기도 하며, 많이 사용하면 다시 생겨 커지기도 한다.

크기가 작을 때는 관절을 굽히고 펼 때 결절종이 드러나고 만져지는 이외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커지면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주위가 눌리는 듯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에 닿아 있으면 맥이 뛰는 것이 크게 느껴지고, 드물지만 신경을 압박하면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절종은 자체가 위험한 질환이 아니고, 생활에 큰 불편함도 없으며, 관절을 쓰지 않고 쉬면 40% 정도가 저절로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보통은 쉬면서 경과를 관찰하지만, 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미용상 곤란할 경우에는 비수술적인 보존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한다. 한방에서는 비수술적인 보존적 요법을 사용한다.

수술적 요법은 양방의 정형외과에서 시행한다. 초기에 결절종이 크지 않고 비교적 연한 환자는 눌러서 터뜨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만기에 결절종이 크며 벽이 두꺼워 터뜨리기 어려운 환자는 침을 사용하여 결절종 중앙과 그 사방에 침을 놓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한약재 추출물을 주입하는 약침술을 쓰기도 한다.

방법만 잘 선택하면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상의 3가지 방법도 좋지 못하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술을 하더라도 완전히 재발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약 6% 정도는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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