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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핼러윈 그리고…[뉴스 後] -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시월의 마지막 날(10월 31일) 대한민국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 뉴스로 떠들썩했습니다. 하루 전 귀국한 최 씨가 이날 오후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을 담으려는 국내외 취재진이 장사진을 쳤습니다. 최 씨가 이동할 때는 여러 사람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런 난리 통에 벗겨진 최 씨의 명품 신발 한 짝도 화젯거리였습니다.

같은 날 기자가 사는 거제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희망퇴직’ 때문입니다.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 칼날은 뚝 떨어진 기온만큼이나 차갑고 매서웠습니다. 대우조선 임직원 1000여 명이 이날 마지막 출근을 끝으로 ‘신뢰와 열정(대우조선 사훈)’의 일터를 떠났습니다. 대우조선은 1000명 감원을 목표로 10월 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결국 목표치를 채운 셈입니다.

희망퇴직(希望退職)은 ‘본인 의사에 따라 퇴직하는 일 또는 사용자가 인원 감축을 위해 종업원에게 퇴직 희망을 물어 해고하는 일’을 뜻합니다. 대우조선을 떠난 이 가운데 본인 의사에 따른 건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모르면 몰라도 벼랑 끝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희망퇴직은 국어사전에나 있는 낱말이지 생존이 걸린 팍팍한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얘기란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에겐 젊음을 바쳐 일한 직장이었을 테고, 또 누군가에겐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만두거나 잘리는 심정이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 옥포동·아주동 등 대우조선 일대에선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앞날의 행운을 바라며 때아닌 송별회가 잇따랐습니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은 사람 모두 만감이 교차하고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는 그런 술자리가 늦도록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10월 31일은 ‘핼러윈(Halloween)’입니다. 아이들은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어먹습니다. 서구에서 축제를 즐기는 이날이 대우조선에서 희망퇴직한 사람과 그 가족에겐 비극이 됐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이날은 최순실이나 핼러윈이 아니라 ‘희망퇴직의 눈물’로 오래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다시 돌아오겠지만, 이날의 안타까움은 그 씁쓸함만은 옥포만에 더는 되풀이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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