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이슬이 맺히고 서리가 내린다는 한로, 상강을 지나 겨울의 초입인 입동을 앞두고 있는 요즘이다. 무더운 여름과 짧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이르렀다. 이렇게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가 되면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경우가 더 흔해진다. 대개 피를 보면 더 흥분하고 긴장하기 마련이어서, 코피가 나면 상당히 놀랍고 무서워 보이며, 큰 병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피는 그 실체보다 더 과장되어 보이므로 일단 진정부터 하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코피는 집에서 치료될 수 있다.

지혈의 기본은 압박이다. 코피가 나면 앉아서 고개를 앞으로 약간만 숙인 상태로 콧망울 윗부분을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5분가량 꼭 잡고 있는다. 눕지 않고 앉는 것은 머리를 가능한 한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고개를 뒤로 젖힐 경우 피가 코 뒤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피를 삼키게 되므로 구토와 오심,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5분 정도 흐른 후 잡은 손을 높았을 때 계속 코피가 난다면 다시 10분 정도 잡고 있는다. 콧등에 차가운 얼음주머니를 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코피가 멈추었을 때 코를 비비거나 코를 세게 푸는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다. 애써 지혈시켜 놓은 곳에서 다시 출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코 안의 점막에 주어지는 자극이다. 코를 비비거나 코를 후비는 것 말이다. 특히 성인과 달리 아이들의 손톱은 아주 얇아서 예사로 날카로운 것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은 코에 작은 물건들을 찔러 넣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고혈압, 동맥경화, 아스피린 등과 같은 약물로 인해 꼭 코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 건조한 환경에 있으면 코피가 더 잘 나올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우리 코는 차가운 바깥 공기가 폐로 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공기를 따뜻하게 덥혀 주고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코 속에는 실핏줄들이 아주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 핏줄들이 점막 표면에 가까이 있다 보니 상처를 받기 쉬운 것이다.

거의 모든 코피는 코의 앞부분에서 생기므로 콧망울 위를 잘 압박해 주면 오래지 않아 멈추게 된다. 코의 앞부분이 아닌 깊숙한 곳에서 피가 나는 것은 거의 부상에 의한 것이고, 주로 고혈압, 동맥경화,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아스피린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노년층으로 갈수록 가능성이 올라간다. 또, 심하게 넘어지거나 차량 충돌 등과 같은 사고 후에 나는 코피는 뇌출혈의 신호일 수도 있다.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얼굴에도 사건 당시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렇듯, 5분, 10분간의 지혈에도 코피가 멈추지 않는 경우나 외상 후에 나오는 코피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조치를 해야 한다.

코피가 잦은 경우 혈액응고 장애 등의 가능성도 있지만, 평소 갖고 있는 질환이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러지성 비염이 있다면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 등으로 코 점막이 약해진다. 허약한 아이의 경우 감기와 비염에 자주 걸리게 되면서 코 점막이 충혈되고 코딱지 같은 이물질로 콧속이 지저분하고 예민해진다. 그 결과 아이들이 콧속의 가려움을 참지 못해 손가락으로 자주 코를 후벼 파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고 코피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비염이 있는 경우 비염을 치료하고, 과로하거나 허약한 사람의 경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열이 많은 사람은 열을 처리하는 목적의 한약을 사용하면 코피라는 증상 이면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반복적인 코피를 막을 수 있다.

이 밖에, 코피가 재발되지 않게 예방하려면 평소 코점막이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밤중에 침실에는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주도록 한다. 재채기를 할 때는 입을 벌리고 하는 것이 좋으며, 담배는 코를 마르게 하고 코를 자극하므로 금연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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