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추진 중인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신규시설(모노레일) 노선도

거제시의회(의장 반대식)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사장 김경택, 이하 공사)에서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치하려는 계룡산 모노레일(monorail·선로가 한 가닥인 철도) 사업을 질타하며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지난 18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공사 측으로부터 이 사업을 보고받은 후 우려 섞인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사업비의 80% 이상을 ‘빚(공사채 발행)’을 내 조달할 계획인 데다 사업 위치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부정적 이유에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모 의원은 “대부분의 사업비를 공사채로 감당하는 것과 모노레일 설치 위치가 적절한지 등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며 “간담회에서 다룰 사안이 많아 여기에 집중할 시간이 촉박했지만, 대체로 이 사업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간담회에서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면서 “공사 측에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토대로 187회 임시회 기간(10월 28일~11월 11일 예정) 중 공사의 업무보고 때 제대로 살펴볼 생각”이라고 했다.

공사 측 자료를 보면 총사업비(95억 500만 원) 가운데 15억 500만 원(15.8%)만 자체 자금(예비비)으로 대고, 나머지 80억 원(84.2%)은 지역개발기금이나 금융권 대출 등 공사채(公社債)로 조달하는 것으로 가닥 잡았다. 다만 자금별 비율은 변경될 수도 있다고 공사 측은 밝혔다.

총사업비 규모를 둘러싼 뒷말도 나온다. 공사 측은 이 사업을 하는 데 모두 95억 500만 원(부대비 9억 2500만 원, 시설 조성비 80억 1000만 원, 토지 보상비 5억 70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원들은 “이것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 계룡산 모노레일 조감도

지방공기업법(제65조의3)에는 공사 사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을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절차에 따라 사업 필요성과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검토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하고 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지방공기업법시행령 제58조의2)’이란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및 특별자치도가 설립한 공사의 총사업비 200억 원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이나 △시·군·구가 설립한 공사의 총사업비 100억 원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을 말한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지난 2012년 1월 거제시가 전액 출자해 설립했다. 총사업비 규모에 따라선 후자에 속할 수도 있는데, 금액이 100억을 밑돌아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시의회 의결 절차를 피하려고 사실상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미심쩍은 눈초리를 받는 까닭이다.

반대식 의장은 “상당수 의원이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세밀한 사업성 분석이 부족해 보인다. 지역에 조망 좋은 곳이 많은데 왜 하필 계룡산을 택했나. 의회 의결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업비를 100억 밑으로 맞춘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거나 사업 계획을 질타했다”며 “추진을 서두를 게 아니라 사업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거쳐 제대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개발사업팀 관계자는 “총사업비는 모노레일 기종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는 최고사양(일본 완제품 수입) 기준으로 잡힌 계획이어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적용하면 시설 조성비가 20억 원가량 줄어든다”며 “몇몇 의원이 사업을 우려한 건 맞지만, 의회 의결을 피하려고 총사업비를 100억 밑으로 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공사가 추진 중인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신규시설(모노레일) 설치 사업’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평화파크 내 희망광장)과 계룡산 상부의 유적지(옛 미군 통신대 건축물) 사이 왕복 3.6km 구간에 선로를 깔아 6인승짜리 전기식 모노레일 10대를 운행하는 게 뼈대다.

공사는 앞서 6~7월에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과 투자심의위원회·이사회 의결을 마쳤고, 이달 중으로 모노레일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연말 공사채 발행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행정 절차(도시계획시설 결정 등)와 토지 매입을 끝낸 후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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