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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는 '거어제주(巨於濟州)'로 비상해야송희복 /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 수상자, 진주교대 교수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내가 거제와 특별한 연고도 없이 살아왔는데, 3년 전에 청마문학 세미나 토론자로 참가한 이후로, 최근에는 무엔가 거제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있다. 작년에는 제5회 거제유배문학 세미나에 정과정곡 에 관한 주제발표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인 바 있었다. 그 다음 날에 지심도에 가서 시적인 영감을 얻어 후박나무를 소재로 한 시를 지어 올해 봄에 한 문학잡지에 발표하였다. 올해에는 분에 넘치는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 수상자로서 엊그제 1박 2일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활기에 그런대로 넘치던 거제는 올해 매우 풀이 죽은 듯해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피부로 직접 다가왔다. 갑자기 들이닥친 조선(造船) 산업의 위기 때문이다. 민간에는 조선업의 활황 20년 주기설이 나돌고 있다. 이제까지 배 만드는 일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이어져 왔고, 이제는 그 쇠운머리에 달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이 얘기가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얘기인지, 나는 과문한 탓에 잘 모른다. 그래도 눈앞의 현실에 장애가 놓여 있으면, 이를 직면해 넘어야 하거나, 아니면 이를 피해 둘러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우리 스스로 멈출 수야 없지 않은가.

아마 15년 정도는 되었을 게다.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거제의 땅이름 어원이 '거어제주(巨於濟州)'에서 나왔다고 한다. 말인즉 거제는 제주보다 크다는 뜻이다. 거제도가 제주도보다 크다니? 최치원이 변하여 조치원이 되었다는 말은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나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지만, 거제라는 땅이름이 제주보다 크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믿지 못할 말. 애최 황당한 어원설이 아닌가? 물론 터무니없는 민간어원설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잘 따져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거제는 해안선이 매우 복잡한 섬이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해안선이 매우 단순하다. 섬 크기에 대한 옛사람들의 관념은 오늘날의 지리학적인 면적 개념이 아니라, 해안선의 길이에 막연히 의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해안선의 길이가 제주보다 기다랗다는 이 사실이 옛사람의 관념 속에 충분히 자리를 잡았을 거라고 본다.

거제는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통영의 부속 섬으로 인식되었다. 또 한동안 거제는 마산과 창원 지역의 권역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거가대교가 개통이 된 이래 지금은, 거제가 호불호 간에 부산권에 포함되어가고 있는 게 저간의 실정이다. 거제와 부산 사이에 인적 교류의 눈에 보이지 않은 무형의 가교(架橋)가 이미 놓여 있었다. 큰 흔적과 영향력을 남긴 문화예술인으로 유치환과 양달석이 있었다. 정계에서는 자호를 거제부산의 준말인 '거산'으로 삼은 전 대통령 김영삼,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야당 지도자 문재인도 있다. 앞으로 거제는 부산과 연계하여 산업을 일으키고 문화콘텐츠와 관광 자원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거제가 조선 산업의 위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예전의 활황기를 회복하겠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마냥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거제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문화콘텐츠와 관광 자원의 개발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이틀간 거제에 머물면서 김현길 시인의 안내로 폐왕성을 답사했다. 무인(武人) 세력의 군사정변에 의해 폐왕이 된 고려 의종이 유배되어 와신상담하면서 머물던 곳. 역사의 슬픔을 간직한 곳이다. 그런데 공식 이름이 왜 하필이면 스토리도 히스토리도 없는 둔덕기성인가? 이 이름이 신라 때 쓰인 적이 있는지 몰라도, 있다고 해도 질감과 레벨의 문제다. 적어도 괄호 속에 󰡐폐왕성󰡑이라고 병기해야 되지 않나? 일본 대중가요의 고전인 '황성(荒城)의 달'은 한 세기를 훌쩍 넘긴 문화콘텐츠이다. 이것은 바이올린 곡으로서 음악을 애호하는 서양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명곡이다. 노래가 유명하니 황량한 성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나도 혼자서 기차를 타고 첩첩산중의 이 시골 성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일본의 경우처럼, 폐왕성 얘기도 다양한 역사소설로 만들어져야 하고, 뮤지컬과 TV드라마로 제작되어야 한다.

지금 제주도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가파르게 도약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는 거제도는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부산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 권역을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 관광 벨트는 제주도보다 더 확장되고 실효가 있는 관광지로서 󰡐거어제주󰡑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시킬 것이다. 이를테면 거제는 본래의 땅이름인 󰡐거어제주󰡑라는 이름의 날개를 다시 펴고 비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청마 유치환 선생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선생은 나보다 반세기 전에 태어나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나와 청마 사이에도 실낱같은 인연이 있다. 내 고등학교 시절의 3년간 국어교사인 박택규 선생님은 경북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청마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청마는 내 스승의 스승이요, 나는 청마의 제자의 제자인 셈이다. 나는 박택규 선생님을 지금도 한 해에 한두 번 정도는 뵙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재학할 때 청마는 부산 교육계에서 하나의 전설이었다. 원초적인 생명의식의 고양과 주의(主意)와 허무 의지의 대가적인 시인. 파도처럼 격정적인 사랑의 주인공. 박택규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청마 얘기를 많이 하셨다. 나의 글 중에서 최초로 활자화된 글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지에 발표한 습작 시 「우울한 날」이다. 지금도 기억하지만, 박택규 선생님께서 단어 두어 개 직접 고쳐 이 습작품의 완성도는 조금 높아졌다. 비록 경미하지만, 내 최초의 글인, 그 오래된 습작 시로부터, 청마적인 시의 느낌이 전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을 수상했으니, 이제는 청마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내게 유치환 시세계에 나타난 노마디즘(유목주의)의 연구를 실행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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