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경주에서 잇따라 일어난 지진의 원인으로 ‘양산단층’이 꼽히는 가운데 이 단층(斷層)이 육지뿐 아니라 바닷속으로 거제 해역까지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단층이 발견된 적은 많지만, 해저 연장 가능성과 신생대 4기(약 260만 년 전부터 현재) 층의 활동 특성을 과학적으로 구명(究明)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김한준 박사는 “양산단층이 해저로 연계됐을 거라고 보고, 지난 2014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부산~거제 해역을 탐사했다”며 “그 결과 거제도 동남부 해역에서 4기 층을 변형시킨 매우 잘 발달된 단층을 찾았고, 이것이 양산단층의 연장임을 제시하는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한준 박사가 부산~거제 해역에서 발견한 신생대 4기 단층 구조. 김 박사는 이를 양산단층의 연장으로 해석. 그림에서 검은색 실선으로 표시된 F1, F2, F3이 단층이다. 또 지층경계면 R2는 약 260만 년 전에 해당하는 4기의 시작이라는 게 김 박사의 설명.

김 박사는 이날 본지에 이메일로 보낸 자료에서 “4기 단층은 지구의 지질시대 46억년 중 인간의 수명으로 따지면 불과 어제 혹은 오늘에 해당하는 26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인 4기에 활동한 단층을 의미한다”며 “4기 단층이 중요한 것은 지질학적으로 현재의 응력(應力) 환경에서 움직이는 단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 단층이 발견된 것은 무수히 많지만, 단층의 분포와 4기 활동 특성을 과학적으로 구명해 논문으로 게재했다는 점에서 제 연구가 4기 단층에 대한 최초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박사는 또 “양산단층의 해역 연장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해양 탐사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며 “제 연구 결과는 거제 해역에서 찾은 단층이 우수주향이동단층(右手走向移動斷層) 시스템을 이루고 있으며, 4기에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동북동-서남서 방향의 응력이 우리나라에 작용하고 있음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우수주향이동단층은 주향이동단층(단층 상·하반이 단층면 경사와는 관계없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움직인 단층) 중 하나로, 단층의 주향(기울어진 지층이 수평면과 만나서 이루는 선의 방향)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단층이다. 그 반대는 좌수주향이동단층이다.

이번에 거제 해역에서 확인된 해저 단층은 주향이동단층의 특징인 말꼬리 모양을 나타내는 주단층과 여러 개의 보조단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단층의 활동성과 관련해 김 박사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단층 주변 해역에서 10여 차례의 미소지진(微小地震)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위험하지 않은 지진의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광범위한 단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지질학적으로 활성단층이라는 용어에 대응하는 단어가 (신생대) 4기에 활동한 4기 단층”이라며 “4기 단층의 분포와 구조, 활동성을 구명하기 위해서는 4기에 퇴적된 지층이 잘 발달하고 보전돼야 하지만, 육지는 침식 환경인 데다 대부분 산지 아니면 개발이 많이 돼 탐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다는 육지에서 흘러온 퇴적물들이 쌓이는 환경이므로 4기 퇴적층이 잘 보존돼 있다”며 “지진 발생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단층 조사와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 지진 위험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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