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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 새내기가 바라본 ‘김영란법’

▲ 박용안 뉴미디어 부장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적용 대상자들이 침해받을 소지가 있는 사익(私益)보다 이 법이 가져올 공익(公益)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을 두고 대다수 국민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우리 사회의 소중한 합의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인간 관계에서 ‘미덕’으로 여겨졌던 사항들도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어 적잖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자신이 이 법의 적용대상인 ‘공무원 등(언론인, 교직원 포함)'에 속하거나 혹은 거꾸로 친구나 선후배가 적용대상인 경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A와 B는 고향 동네친구로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다. 30대가 되어 고향 거제에서 A는 지역 신문사 기자로 B는 지역구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다시 만났다. 그저 친구가 좋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주 만나 정답게 식사를 하던 이들에게 9월 28일이 다가왔다. 그날 A와 B는 한 시장에서 회에 소주를 곁들여 6만 원이 조금 넘는 식사를 했고 B가 기분 좋게 계산했다."

이 경우 ‘김영란법’을 위반했을까.

국민권익위가 지난달 발행한 해설서 등에 나온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결론은 ‘애매하다’이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등이 1회 100만 원 이하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직무 관련성’을 따진다. 이 사례에서의 식사 자리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김영란법 위반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구체적 사안별로 달라질 터지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공산이 있다. 일단 이런 애매한 경우라면 최대한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게 국민권익위 측 설명이다.

위 사례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을 약간 각색했을 뿐이다. 두세 다리만 건너면 거의 모든 시민들과 연이 닿을 수 있는 거제시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얼마든지 더 드라마틱한 ‘실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해당 직군에 따라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 언론인 보다 지인을 취재하는 일이 잦은 지역 언론인과, 학연·지연으로 시민과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큰 지역 공무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시행령(안)에 포함된 3만원 식대 제한이다. 잘 아는 사람끼리 소주 한잔 하다보면 어떻게 3만 원을 딱 맞추냐는 푸념도 나온다. 그들이 법 시행 후 이 위와 같은 사례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면 기존 사회 통념상 충분히 ‘비인간적’이라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지역 언론 새내기로서, 또 국회 공무원 생활을 경험했던 필자가 볼 때 이런 푸념은 별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지역 언론인이 중앙 언론인보다 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고 생각되면 더 조심하면 그만이다. 줄곧 ‘청렴 행정’을 강조해온 거제시 관점에서 볼 때 시 공무원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묵묵히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거제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두 손들고 환영하고, 변화의 중심에서 스스로 공적업무를 당당히 수행해 나간다는 자부심을 전보다 맘껏 누리면 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언이 있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 최소한의 것만 법이 규율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들 ‘김영란법’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하는 자들의 논거로 활용된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굳이 이 법이 없어도 지켜야 할 '지극히 당연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이 법이 제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현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김영란법’은 어쩌면 ‘법의 최소한’인지도 모른다.

박용안 기자  yap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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