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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퇴직자들

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나이에 ‘공고 공채’로 거제도 조선소에 입사했던 김 모 씨(40세)는 지난달 또래 친구 7명과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22년 정든 직장을 떠났다.

▲ 박용안 뉴미디어부장

평생을 새벽같이 일어나 ‘용접’과 ‘그라인더’ 작업 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그들은 마땅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살아왔던터라 요즘 극장과 찜질방을 오가며 시간을 죽인다고 했다. 또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진 그들 중 2명은 공허함과 스트레스에 못이겨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결국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김 씨는 전했다.

이른바 ‘직영’ 직원들의 실직에 비해 협력사 직원, 특히 ‘물량팀’(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단기 공사팀) 노동자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그들은 작업이 끝나면 ‘해체’되거나 준비없는 폐업으로 실직상태에 이른다.

1967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토마스 홈즈(Thomas Holmes)박사 팀은 생활 속 사건에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회 재적응 평가척도(SRRS)’를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을 100으로 두었을 때 ‘퇴직’은 45에 상응하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한다. 물론 이때의 퇴직은 정년퇴직, ‘은퇴’를 뜻한다. 가족이 심하게 아플 때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44임에 비해 높은 수치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계의 각종 보고서는 ‘직업상실’, ‘일이나 학업에서의 어려움’, ‘경제적 곤란’ 등이 단순한 스트레스 정도를 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자신 뿐만 아니라 배우자나 부모 등 ‘주요 타인’의 해고 또는 실직도 ‘외상’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직을 당하기 전에도 구조조정대상이 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 등으로 다양한 심리적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감원에 직면한 우리 거제시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모든 시민이 심리적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심리상태를 안정화시키고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청 등 관계 당국의 대책이 재취업과 전직, 실업급여 등 너무 ‘눈에 보이는’ 물질적 지원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실업과 해고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을 원만히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정신보건 차원에서 시민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치료적 개입’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거제와 울산 등지에 설립하는 ‘조선업 희망센터’의 프로그램 중에 ‘심리상담’이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이 비전문가들이 행하는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노동자를 포함한 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박용안 기자  yap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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