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요일- 오랜만에 집사람이랑 정글북이라는 영화를 보러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과 관련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디즈니랜드작품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매표를 하고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가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정말 뜻밖의 인사들을 만났다.

현재 거제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중요인사들이 영화관에서 나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방금 정글북 영화를 봤는데 한번 볼만하고 인상적이었다는 대답이었다. 항상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지역 최고 정치인들의 휴일 날 여유가 신선하기도 했지만 단순한 오락영화도 아닌 자연과 관련된 영화를 감상했다고 하니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거제의 미래 환경이 밝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 곳 저 곳 무참히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울창한 밀림에서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전개되었다.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모습과 다름없었다. 그 동물들 속에 유난히 시선을 끄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 어린아이는 아빠와 함께 숲속에 들어왔다가 사나운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아빠는 호랑이에게 희생당하고 남겨진 아이는 흑표범이 구해서 여우무리들 속에서 키워지게 된다.

어느 정도 성장한 주인공 소년은 인간을 증오하는 호랑이에게 쫓기게 되고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불(火)을 원하는 고릴라에 사로잡혀 죽을 위기를 넘기고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나쁜 호랑이와 싸워 이기게 된다. 그렇게 해서 결국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내고 자기를 키워준 여우무리에게로 돌아온다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였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고 교훈적이었다. 주말 관객이 61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흥행이라고 볼 수 있다. 대자연과 생활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남녀주인공의 원시 숲에서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아바타가 우리나라에서만 천만 명을 뛰어넘는 관객몰이를 하였으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내면 깊숙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우리 거제의 현안문제에 눈을 돌려보면 최근에 한동안 잠잠했던 일운면 산 정상일대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개발허가가 또다시 신청된 모양이다. 시는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 한다. 내가 강원도 속초일대 풍력발전단지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허리에 줄 지워 세워진 거대한 철재 바람개비무리들은 개발이익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게 산인지 평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다.

물론 주변이 목장이긴 하지만 강원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고려할 때 과연 이 개발행위가 타당했는지 많은 회의가 들었다. 만약에 일운면 일대 정상에 그 거대한 철재무리들이 바다와 산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인 우리 거제에 세워지게 되면 섬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인공구조물은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천연적이고 수려한 자연환경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크나 큰 아쉬움과 실망을 안겨 줄 것이 뻔하다.

그리고 훼손되는 자연환경은 얼마나 될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건 단순히 개발이익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거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있는 후손들에게 엄청난 상흔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개발과 보존사이에 고민과 갈등이 있을 경우 나는 당연히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두고 보다 합리적으로 그리고 한층 발전된 전문지식을 소유하게 될 후손들에게 그 결정을 넘길 일이다.

인근 고성의 예를 들어보자. 과거 몇 년 전만해도 고성은 해안가나 내륙 깊은 곳을 가보면 다소 한가로운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조선소와 조선관련 업체의 개발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해안가 군데군데 공장이 들어서고 내륙은 공업단지로 개발되면서 옛 태초자연모습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조선경기가 침체된 지금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우리 거제도 대형개발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 더더욱 거제의 아름다운 산과 해안을 훼손하는 개발행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하되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보존을 잘 하는 것도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어느 지역 누구보다도 이 땅 거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긴다.

지역 정치인들도 개발이익을 향유하는 극소수의 이익보다는 시민 전체의 정서와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 무리한 개발행위와 허가가 후일 애물단지로 전락되어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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