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4회째 이어오고 있는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가 10여 년이 넘도록 변화가 없는 걸로 지적돼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잖다.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축제의 목적인 지역홍보와 관광객 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제시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옥포동 및 옥포대첩기념공원 일원에서 제54회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를 열었다.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이순신 장군의 첫 승전인 옥포대첩을 기념하고 재연해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옥포대첩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행사는 제례봉행과 승전행차 가장행렬 행사 정도다.

승전행차 가장행렬， 고증 보완 필요

올해 옥포대첩기념제전은 시작부터 엇박자로 진행됐다. 애초 거제시는 이번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승전행차 가장행렬 행사 시작 시간을 보도자료 및 팜플렛 등을 통해 16일 오후 4시로 시민에게 알렸다.

그러나 이 행사는 변경 통보도 없이 30분 이른 오후 3시 30분에 진행되면서 행사를 기다리는 시민은 물론 행사 지원을 맡은 공무원까지 혼선을 빚어야 했다.

엇박자는 예고돼 있었다. 지난 13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준비상황 보고회 자료에서도 시작 시간이 다르게 기재됐다는 것. 당일 현장에서 시간이 바뀐 까닭은 권민호 시장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였던 걸로 알려졌다.

고증작업과 시나리오 수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선보인 승전행차 가장행렬은 전도/군관▶대고▶선무원종공신기▶전군/의장대▶취타대▶이순신/원균장군▶후군/신기전▶함거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 옥포대첩에 참전했던 주요 장수들의 이름과 역할에 대한 배정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옥포대첩 당시 사용한 무기나 깃발의 명칭 등도 충분한 고증을 거쳐 재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립(옥포)테니스장에서 옥포중학교까지 구간을 거쳐 1시간 만에 끝난 승전행차 가장행렬은 예산 2900만 원이 쓰였고， 570여 명이 동원됐다.

불필요해 보이는 프로그램도 지속

50년 넘는 전통이 무색할 정도로 볼거리나 체험행사가 부족해 창조성과 역사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행사 프로그램 대부분이 10여 년 넘게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고, 홍보 팜플렛 조차도 해당 연도와 날짜만 바꾼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소 불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지적 받는 대목도 있다. `시민노래자랑`과 `향인 만남의 장` 행사다. 두 프로그램은 옥포대첩과 직간접적 연관성이나 의미가 희박한데도 적잖은 예산이 쓰이고 있는데， 시민노래자랑의 경우 옥포대첩기념제전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3500만 원이 쓰인다. 이는 주요 행사인 전시공연(9개) 및 문화행사(8개) 전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역별 재외향인회장과 기관단체장의 `향인 만남의 장`도 친목과 유대를 위한 식사 성격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160만 원이 지출됐다. 식사 참석자 수는 40명쯤이었다.

거제시는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옥포대첩기념제전은 굳이 관광객 유치 효과가 없어도 이순신 장군과 옥포대첩 승전을 기억하고 기리는 정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속적인 발전과 관광객 유치도 좋지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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