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가슴이 쓰리고 화끈거리며, 뜨거운 것이 가슴 아래에서 위로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분들이 드물지 않다. 증상이 좀 심한 분들은 식사를 한 후 걸레질 정도만 했는데도 가슴이 화끈거린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의에서 ‘식역(食逆)’ 또는 ‘흉비(胸痺)’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흔히 병원에서 진단받을 때는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명을 듣게 된다.

식도와 위장 사이 경계 부분을 조여 주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위장 속에 들어 있는 위산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게 되면 식도가 조금씩 손상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신물이나 쓴물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고, 가슴이 화끈거리는 듯하거나, 고춧가루를 뿌린 듯하거나, 뻐근하게 아픈 등 다양한 양상의 증상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역류된 위산으로 인해 인후부에까지 염증을 일으켜 만성 기침, 천식, 쉰 목소리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 있어서 삼키려고 해도 삼켜지지 않고, 뱉으려고 해도 뱉어지지 않는 증상을 한의에서 마치 매실 씨가 목에 걸린 것 같다는 것에 비유하여 ‘매핵기(梅核氣)’라고 부르는데, 매핵기를 유발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역류질환이다.

통계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은 1980년대 1.3%, 1990년대 초 2.1%, 1997년 5.4%, 1999년 7.0%, 2006년 8.0%에서 최근에는 10% 가랑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전국민의 10% 정도가 앓고 있는 질환이라는 뜻이니 꽤나 흔한 병이면서,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임을 볼 수 있다. 왜 갈수록 유병률이 올라가는지에 대해서는 서구식 식생활 습관과 비만 인구의 증가 등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는 원인은 불규칙한 식습관, 자극적인 음식,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작년 기준 자료를 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분포는 50대, 40대, 60대 순서를 보인다.

양방에서는 검사를 위해 내시경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내시경 검사를 해도 역류 질환 증상을 가진 환자의 약 40%에서만 식도의 염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더 많은 숫자인 60% 정도의 환자는 내시경 소견상 염증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의 증상들이 있으면 어쨌든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행한다. 양방에서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PPI)을 대표적으로 사용한다. 이 약물은 위식도 역류 질환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환을 개선시키는데 꽤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투약 중단시 6개월 내에 약 80% 정도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올해 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이 PPI 약물이 만성신부전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2월에는 또 다른 국제학술지에 이 약물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앞으로 추가 연구에 따라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한의에서는 습담과 열을 없애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한약처방이나, 소화관 운동기능을 정상화하고 위배출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한약처방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일본에서도 대규모 연구가 실행되어 일본내과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는데, 양약인 위산분비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한약처방을 함께 복용한 경우 유의한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한약 처방이 식도의 산 노출 시간을 감소시키고 산 청소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의 치료에서 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그 압력만큼 다른 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물이 담긴 풍선을 좁게 만들면 그 물 수위가 위로 상승하게 된다. 똑같이 식도-위를 하나의 물풍선이라고 이해하면, 무언가 힘에 의해 풍선이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위장에 음식물이 남아있는 동안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며, 상체가 눕혀지거나 숙여지지 않도록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생활습관 교정의 큰 원칙이다. 좀 더 세세하게 따져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술, 담배, 커피 홍차 등의 카페인, 탄산음료, 신 맛이 나는 주스, 고구마, 밀가루음식, 기름진 음식, 아주 뜨겁거나 찬 음식을 피하며, 과식하지 않는다.
2. 평소 어깨와 가슴이 구부정하게 앉아 있지 않도록 하며, 식후 2시간에는 가급적 몸을 숙여 일을 하거나 복부가 압박되지 않도록 한다.
3.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꼭 끼는 옷을 삼가 하도록 하며, 식후에 곧바로 눕지 않도록 한다.
4. 취침 전 3시간 내에는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않는다.
5. 취침시 상체가 전체적으로 높아지도록 한다. 이 때 목에만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6. 비만한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7.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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