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대화나 문자로 우리 사회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바로 미개 다. 2014년 모정치인의 아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을 가리켜 미개하다고 언급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통상 미개하다 는 제국주의자들이 피식민지를 낮추어 묘사하는 데 자주 쓰인다. 지금의 청년들은 민주주의, 인권, 개인, 합리성의 개념을 교육받았다. 이들이 사회에 나오면서 우리문화의 불합리와 불공정, 전근대성을 마주했을 때 미개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미개의 대상으로 정치, 군대를 꼽는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정치인의 몰상식한 발언과 잘못된 소통 방식에서 미개를 목격한다. 그런 정치인들을 탄생시키는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비합리적으로 투표하는 형태 역시 정치적미개함으로 본다. 민주주의 최전선인국회에서도 서로 특정인이나 자당의 이익을 위하여 싸움질 하면서 의사결정이 되는 것에서도 미개를 느낀다.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정당, 정치인을 무조건 뽑는 것에 대한 반감도 대단하다. 지도자의 소통부재도 문제다. 나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는 갑갑함 그 자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학교를 가나 취직을 하나 군대문화가 지배한다. 대체로 남성들은 우리 사회의 미개함을 군대문화와 관련이 많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이 지배한다.

지시와 벌은 자주 내려지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왜 혼이 나야 되는지 이유를 물으면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 군대에 가면 부당한 것이 많은 데도 계급에 따라 말도 하지 못하게 된다. 군대의 영향인지 직장에서도 남자들은 부당하다고 말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군대를 경험해보지 않는 집단에서도 군대문화는 확대재생산 된다.

대학교 동아리 모임이나 교육현장에서도 선배들의 얼차려가 수시로 일어난다. 여성들도 일상에서 군대를 간접 경험한다. 나이가 적은 여직원이 상사들이랑 식당에 가면 기계적으로 수저를 놓고 물을 따른다. 반말을 듣는 것도 다반사다. 그기에 여성의 외모는 하나의 평가기준이 된다. 취업문이 좁아질수록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도 증가한다. 우리사회는 여성이 맞벌이도 하고 육아와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도 미개한 부분이다.

또한 사회시스템의 부재도 미개한 요소다. 개인은 엄정한 시스템이 사안의 잘잘못을 따져주길 기대한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정부시스템의 부재가 문제된 적이 있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이러한 미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가 인정 이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인정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첫 단추이다. 특히,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해야지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라는 말로 전체를 매도하기 보다는 개인에 대한 인정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직업에 대한 차별이나 소득에 따른 불평등해소를 비롯해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교육은 있으나 시민으로서의 교육이 없다. 공교육 수업의 폭을 시민교육으로 넓혀가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대화나 토론을 많이 하면서 불합리한 것들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한 방안이다. 시험을 위한 교육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교양을 위한 순수학문도 강화해야 한다. 학생 때는 공부기계, 대학 때는 취업기계, 일할 때는 돈 버는 기계가 되다보니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 교육과 함께 복지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경쟁에서 뒤지더라도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가복지다. 아무리 상처를 입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패배의식이 느껴지지 않고 다시 출발 할 수 있는 게 좋은 사회이다. 이 사회에 사는 이유만으로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가 이상적 복지국가이다. 생존이 위협받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

부의 대물림이 적고 신분의 수직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니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식을 기반으로 대화를 하며 풀어 나가는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문제점을 지적하면 그 것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는 미개한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개인이라도 사회적 책임감을 소중히 여기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제발 더 이상은 미개하지 말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