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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의 아름다운 전쟁여섯 번째 집-반기식 윤금봉 부부의 집

은은한 백리향, 털복숭이 할미꽃, 주렁주렁 금낭화, 봄의 제왕 흰목단(목란), 붉디붉은 튤립, 4월에 핀 크리스마스 로즈(헬레보러스), 각양각색 매발톱.

심은 사람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꽃이 한 집에 가득 피었다. 수월초등학교에서 금강사로 가는 수양1길에서 발길이 멈춘다면 틀림없이 반기식·윤금봉 씨 부부의 집 앞일 것이다.

대문에 들어서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밖에선 볼 수 없던 난쟁이 꽃들이 화단에 카펫을 깔았다. 그 위로 키 큰 꽃들이 삐죽 나와 층을 이룬다.

색도 모양도 갖가지라 어수선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제멋대로 피고 지는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멋이 있다.
꽃밭을 지나면 사과나무와 감나무 밭이다. 하얀 사과꽃이 안개처럼 피어 화사함을 더한다. 가을엔 주먹만 한 사과가 열린다고 한다.

이 같은 풍성함은 사실 꽃과 나무의 영역 다툼에서 벌어진 결과다.

남편은 나무를 좋아하고,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아내는 꽃밭을 늘리고 싶은데 남편이 나무 아래 꽃을 뽑아내기 일쑤라 속상할 때가 많다. 남편은 남편대로 반듯한 잔디 위에 곧게 선 나무를 감상 하고픈데 하루가 멀다 하고 경관을 흩뜨리는 꽃이 밉살맞다.

치열한 공방에서 반 씨가 그만 다리를 다쳐 손을 놓게 되자 정원은 금세 봄꽃으로 번진 것이다. 덕분에 지금 이집은 잘 손질된 조경수와 그 아래 봄꽃들로 전에 없던 장관을 뽐내고 있다.

백리향
매발톱
금낭화
장구채꽃
사과꽃이 만개한 텃밭
튤립
반기식 윤금봉 부부

집은 대저택이다. 2005년 4월 착공해 이듬해 1월 입주했다. 창고와 차고로 쓰는 지하가 50평, 거실과 주방, 실내 화원이 있는 1층도 50평, 자녀방과 작업실이 있는 2층은 30평, 고로 총 면적이 약 150평(495.8㎡)에 이른다.

외벽은 고급 외장재인 대리석으로 감쌌다. 최근 유행에는 뒤처지는 감이 있지만 10년 전 당시에는 최고급 외장재로 고른 것이 대리석이었단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에 대리석을 붙여 놓으니 해마다 보수할 필요 없이 물만 뿌려 닦아도 새집처럼 윤택이 흐른다.

집 안도 역시 호화롭다. 원목 바닥재는 세월이 흘러 더욱 광택을 내고, 화산석으로 치장한 TV벽면은 시각적으로 강조됨과 동시에 공기 정화와 습도 조절 기능이 있다. 그 외 벽면은 작고 하얀 산호석 타일이 벽지를 대신했다. 처음에 큰돈 들인 덕분에 여태껏 도배 비용이 따로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벽면을 차지한 창호가 눈에 띈다. 격자 없이 훤히 뚫린 대형 창호는 완벽한 외부 조망이 가능하다. 원목으로 된 창틀은 10년이 지나도 벗겨지거나 틀어짐 없이 반듯하다. 이 창호는 독일제로 집 전체 시공비가 당시의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창밖으로 펼쳐진 수양 들판이다. 들판과 집 사이는 도로 하나 뿐이라 이 집의 정원이라 여기면 실제로 그렇게 보인다. 봄 되면 잔디가 깔리고(모심기), 여름엔 초원이 되고, 가을엔 황금 들판이 펼쳐진다. 손 하나 댈 것 없이 관리도 잘 되는 정원이다.

특히 들판에는 고라니 가족이 사는데 매일 수시로 보기에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다. 한참 고라니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고라니 두 마리가 들판을 가로 질러 뛰었다.

주방 입구를 차지한 수납가구와 싱크대는 어두운 남색에 은은한 펄을 수놓았다. 이는 수도권 가구점 본점에 가서 직접 고른 것이다. 구입 당시엔 판매상이 어울리기 어렵다며 말렸으나, 안방마님인 윤 씨가 아랑곳 않고 사들였다. 막상 놓아보니 판매상이 윤 씨의 안목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태리제 식탁은 집 지을 때 샀으니 10년이 지났다. 의자 좌판의 고급 가죽은 찢어짐 없이 여전히 탄력을 유지한다.

2층에는 윤 씨의 작업실이 있다. 서예와 목각이 취미인 그녀는 여기서 사색과 작업을 즐긴다. 1층 면적에서 2층을 뺀 나머지 20평은 베란다다. 마당만큼이나 넓다.

거실
주방
작업실
2층 베란다
정원 앞에 수양들판이 펼쳐진다.

이 집은 분위기대로 건축 당시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아직까지 건축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형편이 넉넉했다기 보다 오히려 넉넉지 못한 삶에서 좋은 집을 구하고자 한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반 씨 부부는 원래 현재 하나로마트 수양동 지점이 있는 곳에 집이 있었다. 80년대 지은 집은 낡을 대로 낡아 천장에선 고양이와 쥐가 밤낮으로 우다다다 추격전을 벌였다. 먹다 남은 사체에서 구더기가 들끓어 잠자는 방에 우수수 떨어질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집 앞 도로는 당시 국도였다. 대형 트럭이 집을 스치듯 쌩쌩 지나가니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느 날 트레일러가 집 옆 논두렁에 처박히는 꼴을 보고 얼른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다 마침 하나로 마트가 들어서게 됐고, 처분한 집값에 전재산을 더해 한적한 들판으로 이사 왔다. 이왕 목돈이 생겼으니, 최고급 자재와 최신 유행을 좇았다.

설계도 직접 했다. 필요한 공간과 동선을 적극적으로 건축사에게 피력했다. 좁게는 거제 안에서, 넓게는 전국 각지를 돌며 잘 지었다는 집과 가구점 본사를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 덕분인지 10년이 지나도 손볼 게 없고, 실증은커녕 더욱 우아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정원도 마찬가지다. 10년 을 무르익은 꽃밭은 아름다움이 더욱 깊어졌다. 최근 지어진 주택들은 물론 세련됐지만, 결코 이 같은 정원을 가지기 어렵다. 전원주택의 대표적인 모델로써 ‘그대의 집’으로 선정한 이유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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