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족들에게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둘러대고 거짓으로 출근해오던 3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년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온 그는 가족들에게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출근을 했다. 금융권에서 이천만원을 빌려 월급인양 가지고 들어가는 생활을 1년 가까이 해왔다. 그러다 압박감을 못 이겨 부모님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최근에는 공무원시험을 치룬 어느 젊은이가 시험 주관부처인 정부청사에 무단으로 잠입해 컴퓨터를 조작하여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가 발각되었다. 교사를 사칭하여 시험문제를 입수하고 시험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범죄행위로 현재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비난을 하기에 앞서 청년취업난의 심각함이 빚어낸 일그러진 표상이다. 앞의 두 사례에서 얼마나 절박했으면 저리까지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연민마저 든다. 옛말에 양반도 사흘을 굶으면 남의 담을 넘는다고 했지 않던가.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태산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도 장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입사고시를 어렵게 통과해도 기껏 10년 정도 지나면 퇴직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수저를 들고 나온 재벌2세 3세들이 노비 부리듯 온갖 갑질을 해대어도 누구하나 감히 맞서려 하지 않는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마저 노동개혁을 통하여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 쉽게 하려들고 노조도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다소 박봉이라도 회사원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더 낫다는 생각에 공무원 시험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이 약하다고 나무라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취업절벽, 노후대책 불비, 수익상실, 궁핍의 백세시대 등 사방에 불안요소가 넘친다. 언론에서도 미담이나 덕행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주위를 돌아다 볼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어찌 그들만을 탓할까.

거제의 내일은 더욱 불안하고 절박하다. 조선경기는 바닥이 나고 조만간 대량 실업사태가 예고되어 있다. 실업사태 이후의 연쇄반응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가덕도로 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여권의 모 정치인에게서 실언처럼 튀어나온 신공항 관련 발언을 곱씹어보면 심상찮다. 장차 정치권에서 무슨 꼼수를 부리지나 않을까하는 의구심에 은근히 불안하다. 제발 기우였으면 한다.

이제 말고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선거가 끝나고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전처럼 사람들이 거제로 몰려들 수 있도록 동력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모두 발 벗고 나서서 KTX며 신공항을 끌어와야 한다. 겨울추위가 아무리 혹독해도 반드시 봄은 오듯, 시련을 견뎌 낸 거제도에 장차 큰 불꽃이 다시 필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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