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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새 변화로여섯 번째 마을-동부면 가배마을

동부면 가배마을은 더할 가(加)에 등 배(背)를 쓴다. 알아듣기 어려운데 원래는 부유할 부(富)에 육지 사이의 바다를 일컫는 량(梁)을 붙여 가부량, 쉽게 가부랑이라 불렀다고 동부면지에 소개돼 있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이 마을은 어장이 좋아 웬만한 면장보다는 이 마을 이장이 더 낫다고 할 정도로 부촌이었다. 1980년대에는 197가구에 인구가 1087명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김준석 가배 이장
지난 25일 만난 김준석 이장도 부자마을 맞다고 했다. 삼면이 바다여서 어장이 잘되고 농사도 많이 지었다.
특히 가두리 양식이 20년 전쯤 시작됐는데 당시엔 물이 맑아 어병이 없었다고 한다. 멍게든 물고기든 죽지 않고 잘 크기 때문에 고기는 1년, 멍게는 2~3년만 키워 팔아도 1억 원이 그냥 손안에 굴러들어왔단다.

지금은 물이 오염돼 만 마리를 넣으면 절반만 남으니 타산이 안 맞다고 한다. 어장이 잘되면 수익이 큰 반면, 적조 한 방에도 거덜 나기 때문에 바다 어장은 투기나 다름없단다.

지금은 굴, 멍게와 온갖 생선을 양식한다. 예전엔 사료를 외상으로 사기도 했기에 당장 돈이 없어도 꾸려나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즉시 결제하는 세태로 바뀌어 돈 없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이란다. 이 중에서도 마지못해 명맥만 잇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포구에는 장사도유람선터미널이 들어섰다. 평일인데도 적잖은 관광객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거제에서는 동부 가배와 남부 대포·저구항 등 세 곳에서 장사도유람선을 탈 수 있다.

장사도에 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관광객으로 마을이 미어터진다고 한다. 작년, 재작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귀찮을 정도로 붐볐다. 골목마다 차를 대 주차장으로 변했고, 하루 오가는 관광버스만 200대가 넘었다고 한다. 덩달아 몇 개 없는 식당들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올해는 그 수가 줄었는데 경기 불황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마을 입구
▲장사도 유람선에 승객들이 오르고 있다.
▲골목 풍경


마을 도로는 해안을 두르다가 터미널에서 안으로 꺾인다. 마을 외곽을 쭉 뻗어 오르다가 정상에 이르면 덕원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 오른쪽에 커다란 둑이 있는데 바로 경상남도기념물 제110호인 가배량성이다.

가배는 임진왜란 때 매우 중요한 전초기지를 담당했다. 성 안내판에 따르면 조선 세조 때 왜구로부터 남해안을 지키기 위해 산달포(산달도)에 경상우수영을 설치했고, 곧 오아포로 옮겼다.

오아포는 가배 앞바다를 말하는데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고, 수심이 깊으며 주변 숲이 울창해 물이 검푸르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이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곳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우수영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이 성을 쌓았다. 그 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면서 사령부가 됐고, 1601년 제찰사 이덕형의 건의로 통제영을 한산도로 옮겼다고 한다.

성의 외부는 돌로 쌓고 내부는 흙으로 쌓았다. 기록에는 둘레가 2630척(796.89m), 높이 13척(3.9m)이었다고 한다. 가옥과 학교 등을 지으면서 소실됐고, 지금은 남쪽 일부만 남았다. 현재 남은 성벽은 둘레 146m에 최고 높이는 4m, 폭도 4m이다. 해자와 망대 흔적, 주춧돌, 기왓조각 등이 발견된다.

김 이장은 성터를 손질해 둘레길로 만들 계획을 품고 있다. 장사도 관광객이 유람선을 기다리면서 할 게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상가라고는 터미널 내 편의점밖에 없다 보니 대포항이나 저구항으로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놔두면 흉물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는 바람에 성에서부터 직선거리 300m 안에선 건축행위가 제한된다. 땅값이 떨어져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집도 못 지으니 여간 원망스러운 게 아니다. 더구나 300m면 가배마을 대부분이 해당된다.

흉물로 놔둘 바엔 거제시의 지원을 받아 잘 손질해 관광코스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 아래 펼쳐진 덕원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도보 코스를 만든다면 성도 유지·관리하면서 가배만의 관광특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선 덕원해수욕장도 개발돼야 한다. 덕원은 수심이 완만하고, 모래가 부드러운 데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쾌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그러나 정식 해수욕장으로 등록되지 못하다 보니 본격적으로 수익사업을 벌이기 어렵다. 시로부터 2000만 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인건비로도 모자를 판이다.

김 이장에게는 다른 숙제도 있다. 이는 역대 이장들이 무던히 애를 썼으나 번번이 이루지 못한 것인데 바로 마을 임야에 길을 내는 것이다. 가배는 원래 어장과 더불어 농사도 잘되던 곳이었다. 농기계가 발달하면서 농로가 생겨났어야 했는데 지주들의 협조가 저조해 아직도 길을 못 내는 실정이다.

발길이 끊겨 숲인지 밭인지 알아보기 힘든 곳이 적지 않은데 다시 개간해 마을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예촌으로 쓰이는 가배초등학교(폐교)도 동네에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소규모 학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때 가배마을도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주변 율포초나 명사초가 주민의 모교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가배는 역사도 깊고, 부유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성은 무너지고, 밭은 망가지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그 가치를 깨달은 지금 새로운 변화가 움트기를 기대해본다.

▲가배량성
▲가배량성
▲폐교된 가배초등학교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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