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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땅에도 좋은 집을 짓는다다섯 번째 집-손병기 씨 부부의 집

2013년, 바다와 그 너머 산달도가 보이는 동부면 어느 도롯가에 땅을 샀다. 땅 모양이 이상하지만 물감을 마구 뿌릴 수 있는 화실 하나 놓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이 일대에서 가장 뛰어난 일몰은 예술적 영감을 샘솟게 할 것 같았다.

2014년 가을, 현재 사는 아파트의 전세 계약이 끝나간다. 또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했다. 고심 끝에 화실 지을 땅에 화실이 딸린 집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땅 모양이 길쭉한 데다 가운데가 꺾이고, 양 끝이 좁아져 건축 업체마다 집 지을 땅이 못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침내 경기도 성남에 있는 단독주택 전문 ‘CM건축’에서 일을 맡았다.

2015년 봄, 공사가 시작됐다. 도로와 붙은 땅은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 접도(接道)구역을 유지해야 해 집 규모는 생각보다 작아졌다. 또 네모반듯한 집을 짓지 못하고 땅 모양을 본떠 그대로 축소해야 했다. 길쭉하고, 가운데가 꺾였으며, 양 끝이 좁아지는, 이른바 ‘부메랑집’이 이렇게 탄생했다.

부메랑집은 건축주 손병기(54) 씨가 붙인 별칭이다. 사실 밖에서 본 외형은 부메랑 모양인지 알기 어렵다. 경사진 도롯가에 둑을 쌓아 평지로 만들고, 접도구역은 반듯한 마당으로 손질했다. 2층짜리 집의 정면은 마당을 덮을 만큼 넓어 집이 아주 커 보인다.


집안에 들어가니 왜 부메랑인지 알겠다. 앞뒤로 폭이 좁다. 가장 넓은 곳은 현관이 있는 집 중앙이다. 여기가 몸통이고 양쪽으로 날개를 펼친 구조다. 왼쪽 날개에는 주방과 거실을 텄고, 오른쪽은 통째로 화실을 꾸몄다.

1층 화장실은 현관 옆에 딸려 있고, 이 맞은 편에 2층 계단을 받치고 있는 창고가 벽 안에 숨어 있다. 가운데가 가장 넓다 해도 폭이 4.6m밖에 되지 않아 현관에서 집에 들자마자 벽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는 일반 주택에서는 하자로 보이겠지만, 이 집에선 양 날개 공간을 잇고 나누는 프런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밋밋함을 피하고자 이 부분만 벽돌로 내벽을 장식했다. 또 가슴높이에서 동선을 따라 길게 설치한 선반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해 시선을 유도한다.

날개 끝에 있는 주방은 공간이 좁아지는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조리대 위 찬장은 천장에서 두 뼘 정도 내려놨다. 이렇게 찬장 뒤 벽면을 일부 드러나게 함으로써 이 집이 원래는 꽤 넓다는 공간감을 준다.

천장은 대각선으로 나눠 층을 두고, 그사이에 조명을 설치해 단조로움을 보완했다. 주방가구와 냉장고는 맞춤형 붙박이로 설치해 좁은 주방을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처리했다.

반대 날개 쪽 화실은 중학교 미술교사인 손 씨의 전용 공간이다. 손 씨가 이 땅을 산 이유는 매력적인 일몰을 감상하며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컨테이너 하나 갖다 놓고 마음껏 어지럽히며 그림을 그리려 했는데 막상 집을 짓게 돼 그에 대한 아쉬움은 큰 편이라고 했다.

그 덕분(?)에 화실은 작은 미술관으로 변했다. 안쪽 벽은 천장에 액자 레일을 달아 직접 그린 작품들을 걸어 놓았다. 방 끝에는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 유리문이 있고, 집 정면 쪽 벽은 창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큰 통유리 옆에 문짝만 한 유리 창호가 연달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 방은 벽면마다 색이 달라 4개 공간으로 나뉜다. 책꽂이 벽은 도서관을, 그림이 전시된 어두운 벽은 미술관을, 붉은 벽돌로 장식된 벽은 카페를, 붉은 계통의 창호벽은 사진 스튜디오를 연상케 한다.

▲TV 뒤 공간이 현관. 거실과 화실을 잇는 복도 기능.
▲거실
▲주방
▲화실
▲왼쪽부터 현관, 현관 앞 복도, 1층 화장실, 2층 미니거실

2층은 화장실과 미니거실을 중심으로 좌우에 안방과 자녀방이 있다. 2층 연면적이 1층 보다 좁기 때문에 각 공간도 작다. 밝고 산뜻한 색의 벽지와 업체에서 추천한 소품들을 활용해 심심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넓어 보이게 꾸몄다.

안방과 연결된 야외 발코니는 3면이 트여 부부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매실밭이 있어 매화가 가득 피었다.

▲2층
▲자녀방
▲안방과 연결된 발코니

집 안을 둘러보고 나서야 부메랑 모양을 실감했지만, 우려만큼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 구조상 구석진 데가 적잖아도 전면 창호와 조명이 빠트림 없이 빛을 전달했다. 조명이 91개나 된다고 한다.

바깥에서 집 구조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것도 설계상에 장치를 숨겨놔서다. 정면에서 집을 봤을 때 좌우 지붕 모양이 다르다. 오른쪽은 비스듬히 경사진 반면, 왼쪽은 계단처럼 직각을 이룬다.

이 직각벽은 실제 지붕을 가린 가짜다. 지붕이 네모반듯한 모던하우스를 원했던 건축주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요청했다. 덕분에 집이 더 크고 세련돼 보인다.

그러나 원형에 가벽을 더한 바람에 벽 면적이 넓어졌고, 외장재로 쓰인 상아색 ‘스터코(stucco)' 때문에 밋밋하고 약해 보인다. 이는 건물 오른쪽 벽 일부를 파벽돌로 장식해 목구조이지만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손 씨는 “이 집을 다시 팔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가진 여건에서 우리를 위한 집이 알맞게 만들어져 매우 만족하고 있다. 건축사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건축주와 건축사의 많은 대화가 좋은 집의 필수 요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조: 경량목구조
대지면적: 355㎡
건축면적: 75.88㎡
연면적: 1층 73.6㎡/ 2층 60.2㎡
건폐율: 21.37%
용적률: 37.70%
공사기간: 4개월
지붕재: 2중 그림자싱글
외장재: 스터코, 파벽돌
창호재: 미국식시스템창호
현관문: 동판단열도어
설계 및 시공: CM건축(경기도 성남)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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