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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에 들어서고 싶다네 번째 집-김종수 김상영 부부의 집

“전원주택 살면 좋지. 그런데 그게 쉽나? 땅 사야 하지, 집 지어야 하지, 관리해야 하지, 여름에 문 열면 길에서 다 쳐다보지, 겨울엔 웃풍 심하지, 치안도 문제지. 여건만 되면 아파트가 살기 훨씬 편하지”

이처럼 아무개 씨의 말대로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크고 화려한 집을 봐도 감탄은 나오되, ‘살고 싶다’는 바람은 안 들 때가 있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분수(分數)’다. 내가 과연 이곳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좋은 집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큰 집 지을 돈은 있어도 난방비, 관리비 낼 여력이 없다면 창고나 다름없을 것이다. 넓은 정원을 꾸몄으나 이를 유지할 부지런함이 없다면 금세 수풀이 우거질 것이다.

그래서 전원주택 마련은 꿈에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집은 한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 정도면 나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 기자와 매우 가까운 관계인 20대 주부도 이 집 사진을 보자마자 “여기 살고 싶다”고 감탄했다.

▲ 김종수 김상영 부부의 집

이 집은 사등면사무소 가조출장소 왼편(출장소를 마주 보고) 도로에 있다. 가조도는 남북으로 백석산과 옥녀봉으로 나뉜다.

이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구간은 지대가 높아 동서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이 물드는 언덕’이라는 전망대와 공원도 있어 저녁에 찾는 이가 꽤 많은 편이다.

출장소는 옥녀봉 길목에 있다. 여기를 분기점으로 왼쪽(서)으로는 창촌마을, 오른쪽(동)으로는 실전마을이다. 위치에서 알다시피 출장소에서 보는 노을 전망도 최고라 할 만하다. 이 풍경을 고스란히 집 뜰에서, 집 안에서 소유할 수 있는 집, 김종수(88)·김상영(84) 부부의 집이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과 금빛 바다 풍경은 기자가 이 집에 살고 싶다고 느낀 두 번째 이유다.

첫 번째 이유는 집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흡사 컨테이너 두 대를 붙여놓은 아담한 사이즈다. 1층에서 마무리되는 간결함도 마음에 든다. 작은 집 앞에 펼친 작은 마당도 관리하기 적당해 보인다.

집 모양도 예쁘다. 짙은 회녹색의 징크(zinc·아연) 패널이 건물 지붕과 옆면을 통째로 감쌌다. 건물 정면은 누운 직사각형으로 군더더기 없는 직선이 돋보인다.

노란 벽면은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듯해 보인다. 거실의 대형 창호와 안방 창호 사이에 있는 현관문은 벽 안으로 한걸음 들여 단조로움을 피했다.

집과 뜰 사이에는 테라스를 놓았다. 테라스는 바다 쪽으로 집을 둘러 뒷마당으로 이어진다.

여기 테라스는 경관이 관광지 카페 못지않게 훌륭하다. 어느 하나 가리는 것 없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위 양식장과 건너편 통영 풍경이 재미를 더한다.

테라스로 이어진 뒷마당은 앞마당보다 넓고 평평해 주차공간으로 이용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외관이 가조도를 품은 바다와 하늘, 옥녀봉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이 이 집에 살고 싶어진 가장 큰 이유다.

▲ 집 아래 펼쳐진 가조도 바다. 집은 사등면 가조출장소 왼편 도로에 있다.
▲ 김상영(오른쪽) 할머니와 이웃 할머니가 햇볕을 쬐고 있다.
▲ 현관문은 벽 안으로 한걸음 들어가 단조로움을 피했다.
▲ 바다쪽 테라스 전망은 관광지 카페 못지 않다.
▲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바다쪽 테라스
▲ 앞마당 보다 넓은 뒷마당은 주차공간으로 쓰인다. 집이 낮아 뒷마당에도 햇볕이 가득 찬다.

실내는 집의 구조보다 할머니의 부지런함이 눈에 띈다. 할아버지는 병환이 깊어 대부분 살림살이는 할머니 몫이다. 거실과 주방에 자잘한 물건들이 꽤 있지만, 허투루 놓인 것이 하나 없다. 거실 테이블 위 TV리모컨까지 정갈하게 선을 맞추고 있다.

거실은 온갖 화초가 창호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집의 실제 건축주는 노부부의 2남 5녀 중 넷째인 김경부 씨다. 김 씨는 한 달 전까지 같이 살다가 사정이 생겨 현재 고현에 살고 있다. 이 화초들은 김 씨의 작품으로 노부부를 모시기 위해 수시로 오가는 덕분에 관리도 잘 돼 있다.

김 씨가 이 집의 최고 자랑거리로 바다 쪽으로 난 거실 창문을 내세웠다. 바깥 테라스의 경관을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건축사에게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주방과 거실은 벽으로 구분되는데 이 때문에 주방이 어두운 편이다. 벽이 없었다면 답답함이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역시나 할머니의 정리정돈으로 위생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 가스배관을 따라 널어놓은 하얀 행주에서 청결함이 엿보인다.

집 내부는 서쪽에 거실과 주방이 있고, 맞은편에 큰방과 작은 방, 화장실 그리고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다락방은 단층의 아쉬움을 달랜다. 이 방은 높이는 성인의 가슴높이 정도로 낮지만 꽤 넓은 편이다.

이집을 설계한 윤지형 건축사는 저렴한 건축비를 강점으로 꼽았다. 2010년 당시 건축주는 노부모를 모실 수 있는 집을 원했으나, 비용이 고민이었다. 저렴하게 짓기엔 조립식 주택이 알맞지만, 사용되는 자재인 샌드위치 패널은 결로·습기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경량목구조는 당시 철근콘크리트 보다 공사 단가가 높았기에 대안으로 보편화된 스틸하우스(경량철골구조)를 선택했다. 노인이 살 집은 무엇보다 따듯해야하므로 남향으로 집을 트고, 동서로 길게 설계해 해를 가득 머금을 수 있게 했다.

이 집은 지난 2011년 경상남도 우수주택에 선정됐다. 이와 관계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다녀갔다. 김 씨 말로는 200여 명이 넘을 정도란다.

작고 소박한 집에 이처럼 사람이 몰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관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다.
기자는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전원주택에 살고자 한다면 으리으리한 집보다는 이 정도가 내 분수에 맞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다.

구조 경량철골구조
대지면적 398㎡
건축면적 85.89㎡
건폐율 21.58%
용적률 21.58%
높이 3m
공사비 6800만원
공사기간 2010.7.20.~2010.12.13
용도지역 계획관리지역
외장재 징크패널, 스타코, 파벽돌
설계자 건축사사무소바로 윤지형(경남 진주)
*건축물대장과 경남도 자료발췌

▲ 집 안은 거주자의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것이 없다.
▲ 거실 창호로 보이는 가조도 서쪽 바다 조망. 거실에서 보는 노을 풍경은 건축주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다.
▲ 벽으로 나눠진 거실과 주방. 벽이 없었다면 주방이 더 환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방과 화장실, 다락 계단이 몰려 있는 동쪽 내부
▲ 다락방 계단.
▲ 가슴 높이 정도의 다락방.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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