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2002년에 발간한 칼럼집 ‘장사의 길 사람의 길(한수협출판부)’에서 유전자 변형(GMO: genetically modifide organism) 식물체, 이를 원료로 만든 식품은 인체에 해롭다고 적시(摘示)한 것을 보고 단견(短見)이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논쟁은 지금도 일부 소비자 단체와 진보 측에서는 여전히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 협동조합에서는 GMO는 무조건 나쁘다고 얘기합니다.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이미 유전자 변형 식품이 곳곳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우리들 입속으로 스며드는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강요 같은 느낌이 일었습니다.

유기농 재배라는 것도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법이 일반적이지만 60년대 초입 때만 해도 유기농법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산답이든 들답이든간에 외양간이나 돼지 막사에서 배출된 퇴비를 져나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산에 가서 나무의 새순을 하루에 두 짐씩 채취해다 논에 뿌렸던 기억이 새롭네요. 비료가 비쌌고 귀하기도 했으니까요. 당시에는 비료가 배급제였습니다. 농협을 통해서. 인분도 빼놓을 수 없는 거름이었죠. 똥장군도 품앗이로 져 나르곤 했지요.

ㅇ형.
이게 요즈음 말하는 유기농법(有機農法)이죠. 당시에는 이런 말이 없었죠.
이럼에도 새로운 것인양 얘기하는 진정성(眞正性)에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성으로 포장되어 있으니까요. 유기농법/자연농법이 비닐하우스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겉의 땅이나 안의 땅이 똑같을진대 자연재배란 자연의 남용(濫用)이며 오용(誤用)아닌가요. 남우세스런 일인 것이지요. 인위적인 행위가 가해진 농작물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농업은 자연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재배(?) 농작물이 좋다고 합니다. 허구 아닌가요. 우리들이 그동안 먹고 마신 농산품에서 피해를 입었나요. 농업 자체가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한 약탈아닌가요. 이런 진실을 숨기고 있지요. 인류의 역사는 약탈의 역사입니다. 전쟁과는 다른 의미이죠. 별의별 농법이 태어나고 사라지곤 했지요. 농업은 반자연의 일이라고 어느 분이 얘기하던데 맞는 말입니다. 농업은 자연 아닌 문명이라고.

ㅇ형.
그동안 GMO에 대한 용어가 ‘유전자재조합’과 ‘유전자변형’으로 혼용 되었죠.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유전자변형’으로 용어를 통일하는 안건을 통과시겼죠. 유전자 변형 식품은 우리 인체에 유해한가? 지금도 이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식의 차이겠지요. 잡종강세(雜種强勢)하면 육종학자 우장춘이 떠오릅니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했지요. 잡종 성장력이라고도 하지요. 이 교배육종은 원하는 형질을 지닌 개체와 그 원하는 형질을 도입하기 위해 개체 사이의 성적 화합으로 수정이 가능한 같은 종에서만 이뤄지는 것입니다. 유전자 변형 식물은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는 방법입니다.

인간의 GM기술은 자연의 기술을 그대로 도용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이나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의 기술을 흉내낸 것이 인간의 GM기술이라는 것이죠. 30여 년 전에 담배의 박테리아 염기서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유전자 상당량(8%)도 이런 바이러스 염기서열에 의해 전달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자체가 이미 전혀 다른 생명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일종의 GMO인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소비자 단체와 진보 쪽에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나 그 원료로 사용한 제품을 먹지 말자는 것입니다.

ㅇ형.
이미 우리 주변에 깔려있는 수많은 유전자 변형식품과 앞으로도 계속 생산되는 이 밀물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안전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20여 년 동안 이 제품들을 알게 모르게 먹어 왔습니다. 폐해나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있던가요.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과의 차이는 있겠지요. 관념의 차. 유전자 변형식물의 안전성 문제가 20개 가까이 전세계적으로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농진청)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들은 한결같이 GMO폐해를 주장하며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곳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의 생각을 얼마나 헤아렸을까? 이 이기적 주장에 얼마나 공감할까요. 유기농 재배가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마트가 유기농 작물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소규모 재배로 값싸게 공급이 되겠습니까. 유기농 재배자들의 머리가 돌아버릴 현상이 이뤄진 것입니다. 유기농 제품은 비싸다는 관념도 무너지는 것입니다.
유기농 못지않게 로컬푸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새삼스레 알리는 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곧 이 바람이 불겠지요. 유기농의 우월적 지위라는 불편한 진정성이 무너지는 현상 말입니다.

ㅇ형.
유전자 변형식품에 대한 불편한 진정성도 점차 불식되겠지요. 영국의 GMO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시민 운동가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과학을 무시한 GMO 반대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생명공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굶주리게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2015년 1월 3일에 실제로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는 유전자 변형식품을 지원받지 않겠다며 미국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결괴는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전자 변형식품이 큰 흐름입니다. 우리나라는 불편한 진정성을 앞세운 유전자 변형식품 반대 운동가들, 이들의 대안 없는 반대에 부딪쳐 유전자 변형식품을 수십종이나 개발하고도 출시 못하는 안까운 현실입니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지난 30여년간 GMO에 대한 연구와 안전성 평가기술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28개국은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1억8000만ha(세계 전체경작지 12%)에 GM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인체에 해롭다면 이렇게 광범위하게 재배가 이뤄질까요. 이럼에도 우리나라는 반대론자들의 비과학적 논리(?)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식량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저항성 신품종 개발이 그것입니다. 이럼에도 우리나라는 GMO 반대론자들의 불편한 진정성을 앞세운 과학기술을 모른 무지한 행동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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