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나 허리가 아파서, 발목을 삐어서 한의원을 방문한 경우 침과 함께 부항 시술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 부항 기구가 구비되어 있는 집도 드물지 않은 등, 부항은 아주 친숙한 치료법이다. 축구스타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 헐리우드 스타 기네스 펠트로의 부항 시술의 흔적이 인터넷에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부항 시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치료법인 것 같다. ‘부항’이란 말을 글자 그대로 옮기자면 ‘붙일 부, 항아리 항’, 즉 항아리를 붙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부항 시술을 할 때 사용하는 부항컵을 지칭하기도 해서, 부항 시술을 하는 것을 ‘부항을 뜬다, 부항을 붙인다’고 한다.

부항치료는 붙이는 방법에 따라 크게 습식부항법과 건식부항법으로 구분한다. 습식부항법은 먼저 란셋 등으로 피부를 찌른 다음에 부항을 붙인다. 피부를 찌르는 이유는 피를 뽑아내기 위해서이다. 반면 건식부항은 피부를 찌르지 않고 바로 부항을 붙이는데, 부항의 조작기법에 따라 다시 몇 가지 기법으로 나뉜다. 한 곳에 한참동안 부항을 붙여 두는 것을 유관법, 피부에 젤 등을 발라서 부항의 위치를 이리 저리 옮기는 주관법, 부항을 붙인 상태에서 피부로부터 떼어내는 것을 반복하는 섬관법 등이 있다.

수천년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부항치료는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통증을 제어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부항의 원리는, 한의학적으로 말하자면, 기혈(氣穴)을 조절하고 경락을 소통하게 하며 음양을 균형 있게 하고 오장(五臟)을 화합하게 한다. 부항치료 과정에서 피부 표면의 일부를 진공상태로 만들면 몸 안 세포조직에 쌓인 찌꺼기나 가스가 표면으로 나오게 되므로 국소의 기혈 소통이 개선된다. 또, 부항이 음압 때문에 주변 조직을 한동안 압박하는데, 허혈성 압박은 그 자체로 마사지를 하는 것과 유사한 신체자극을 일으키게 된다. 많은 이들이 부항은 몸이 뻐근할 때 근육을 풀기 위해 붙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감기 초기 증상에서 소화기 질환, 천식에 이르기까지 활용범위가 넓다.

부항치료는 초기에는 매일 시행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만 발병일로부터 1주일 정도 경과한 경우 일주일에 2~3회 정도 시술한다. 부항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법인데, 건강보험상의 인정 기준이 이와 같다. 시술 시간은 5분 내외로 하며 보통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어린이나 노약자, 여성의 생리기간 등 시술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시간을 더 줄이기도 한다. 간혹 발포 목적으로 부항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하는 경우도 있긴 하나, 일반적이지는 않다.

부항은 간편하고 단순해 보이는 치료법이지만 그에 비하여 효능이 우수하여 매니아가 많다. 그런 만큼 부항을 가볍게 여기기 쉬우나, 의외로 부항으로 인한 사고도 종종 보도되곤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대전에서 무면허자가 생후 100일 된 영아에게 부항을 시술하다가 사망시킨 사건이 있었고, 이듬해에는 충북 청원군에서 민간요법 동호회 회원이 과도한 부항 시술을 한 끝에 60대 여성이 사망하기도 했다. 뉴스에 보도될 만큼 대형 사건은 아니어도, 부항 시술 후 감염으로 피부이식 등의 치료를 받은 경우도 여럿 보고된 바 있다.

피를 빼는 부항을 하자면 피부에 구멍, 즉 일종의 상처를 내어야 하므로 무엇보다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 한의원에서 부항 시술 전후에 피부 소독을 하고 부항컵을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은 바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집에서 자가요법으로 부항을 할 때는 피를 빼지 말고 건식부항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역시도 경혈점을 잘 알고 붙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경혈점을 잘 모를 때는 등뼈를 중심으로 양쪽 부위를 위에서 아래로 주욱 붙인 다음 색이 가장 진한 부위를 집중해서 붙이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아 걱정된다면 전문가인 한의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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