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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따르는 멋스러운 그대두 번째 집-칠천도 한옥

지역의 한 건축사가 말하기를 “집은 사람 따라간다”고 했다. 집주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집도 변하고, 사람이 떠나면 집도 수명을 다한다고 덧붙였다.

‘그대의 집’ 1편에서 소개한 거제면 소랑리 집은 8남매 대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이면서 노부부가 여생을 맡길만한 안락한 집이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건축주의 동경이 실현된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청면 실전에서 칠천연륙교를 건너 오른쪽 도로로 내려가면 평지에 이르러 도로 왼쪽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면 지역, 게다가 칠천도라는 섬 안의 작은 촌마을이라 촌스러운 슬레이트 지붕이 그득할 것 같지만, 옛말이다.

여기 시골집은 하나같이 알록달록 개성을 뽐낸다. 붉은 벽돌로 반듯하게 쌓은 집도 있고, 나무판자로 외벽을 장식한 집도 있으며, 금속으로 지붕을 치장한 세련된 집도 있다.

이렇듯 현대식 주택으로 그려진 시골 풍경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원수연(51·여) 씨의 한옥이다. 고래 등같이 검고 쭉 뻗은 기와지붕에다, 선비의 하얀 도포를 연상케 하는 외벽, 게다가 지대(址臺)가 높아 마치 마을을 내려다보는 듯한 양반의 위엄도 서려 있는 집이다.

그러나 이 집 주인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3남매를 키워 현재 막내딸 결혼을 앞둔 50대 직장인 부부다.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도 모시고 있는 단란한 가정이다.

건축주 원수연 씨는 어떤 이유로 한옥을 짓게 된 것일까.

한옥은 원 씨의 추억이자 꿈이다. 한옥에 살던 어린 때가 무척 좋았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감촉과 긴장을 풀어주는 흙냄새, 친구들과 뒤엉켜 놀던 마루가 평생 한옥에 애착을 갖게 했다. 여행할 때도 옛 건축물을 볼 수 있는 문화유적지 중심으로 계획을 짰다고 한다. 친구들도 그녀를 따라다니며 덩달아 한옥에 관심을 두게 됐다.

중년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한옥 짓기를 구체화했다. 집이건 직장이건 틈만 나면 ‘어떤 집을 지을까?’, ‘거실과 방은 어느 방향으로 할까?’ 등을 고심하며 집 그림으로 노트를 채웠다.

마침내 2011년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생겨 원 씨는 직접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인 설계는 고현동 권성민건축사사무소에서 맡았고, 지인에게 사천에서 활동 중인 전문 목수를 소개받아 시공까지 이어졌다.

시공 기간은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이 걸렸다. 모든 건축 자재는 자연물을 썼다. 뼈대는 수입산 나무로 세웠고, 벽체는 황토벽돌을 쌓았다. 지붕과 바닥도 황토로 덮었다.

집은 기존 한옥 형태에서 마당을 내부(거실)로 들인 현대식에 맞췄다. 각 면은 동서남북을 보고 있다. 해가 잘 드는 남향에는 어머니방과 부엌을 놓았다.

어머니방은 말할 것도 없이 연로한 어머니가 따듯한 양기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부엌은 주부가 즐겁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게끔 가장 밝고 따듯한 곳에 놓았다.

동쪽으로는 거실과 안방을 텄다. 외부 마당을 실내로 들인 답답함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벽면을 따라 1m 폭의 마루를 놓았고, 창호도 최대한 넓혔으며, 미닫이가 아닌 접이식으로 설치했다.

이는 여름에는 추울 정도로 시원한 장점이 있지만 겨울엔 창문 사이로 웃풍이 만만찮은 단점을 낳았다. 대신 기름보일러와 함께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난방비를 아낄 수 있었다.

특히 안방에는 큰 욕실이 딸려있는데 동쪽 벽면에 큰 창호를 달아 외부와 이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안방과 욕실은 바로 연결되지 않고 창고방을 거치는데 이 방은 천장을 편백으로 덮었다. 심신이 피로할 때 이 방에 온도를 높여 누워있으면 은은한 편백향에 위로가 된다고 했다.

집 서쪽에는 현관문과 아들네 방이 있다. 현관 바깥에는 아궁이 두 대를 설치해 밖에서도 불을 쓸 수 있게 해놨다.

마당을 내부로 들여놔도 외부 마당은 여전히 넓은 편이다. 원 씨는 나중에 마당을 구분해 주차장을 따로 만들고, 남은 터에는 찜질방이 있는 별채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원 씨와 한 시간가량 집에 관해 이야기해보니 집과 사람이 참 닮았다고 느꼈다.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주인의 성격이 집 구석구석에 묻어났다.

원 씨는 “주택이 있으니까 사람을 초대할 수 있어 좋다. 이웃이나 친척을 불러 늦게까지 놀아도 싫은 소리 하는 사람 없고, 가족 관계도 돈독해진다. 길 가던 낯선 사람도 집을 보고는 한 번씩 들리는데 꼭 차 한 잔씩 대접하고 보낸다. 나는 나대로 웃는 일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시는 ‘거제시 한옥 지원 조례’ 제5조에 따라 신·개축시 공사비 1/2의 범위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원 씨는 혜택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안내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녀는 “뒤늦은 원망보다는 앞으로 한옥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시 관련과에 문의해보고 꼭 지원을 받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위치 하청면 칠천도 어온리
대지면적 1110㎡(336평)
건축면적 99㎡(30평, 전용=공급)
건축구조 한옥 목조
공사기간 2011년 5월~12월
총 공사비 3억5000만 원(형질변경 포함)
건축비 800만 원(3.3㎡당)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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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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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훈갑 2016-01-27 18:31:58

    마당도 넓고 고풍스럽게 보이네요~
    주변 관리에 주인의 애정이 "듬뿍" 들어 간게 눈에 보여요....ㅎ ㅎ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삭제

    • 최재석 2016-01-26 17:50:02

      집이 참 예뻐서 지나갈때마다 봅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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