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출생을 알리는 힘찬 울음소리. 아이는 한 가정의 기쁨이면서 우리 사회가 계속 유지되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이다. 자라나는 세대가 청년이 되어 생산을 담당하고 물러나는 세대를 부양하는 것이 반복되어야 사회가 계속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사회가 인구절벽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 지도 오래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지역의 출산율은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작년 기준의 통계를 보면, 전국 평균 출산율이 1.205, 서울의 출산율이 0.983인데 비해 경남의 출산율이 1.409이고, 경남 중에서도 우리 거제의 출산율이 1.847로 가장 높다. 이렇게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곳인 만큼,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더욱 무거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을 때, 35세 미만의 경우 1년, 35세 이상의 경우 6개월 이상 지속했음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난임으로 분류한다. 부부 10쌍 중 1쌍은 난임이다. 추세도 점점 늘어나, 8년 전인 2007년보다 난임 환자의 수가 1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난임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늦어지는 결혼연령, 흡연,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분류하는 난임의 유형

난임은 남성, 여성에게 각각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정계정맥류 등으로 정자의 생성 자체가 적게 되거나, 정자의 기형,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여성쪽 난임 원인은 난소와 자궁 등 여성 생식기능 허약(신허·腎虛)에서 가장 먼저 찾는다. 이어 스트레스가 심하거나(간울·肝鬱), 빈혈 등으로 몸이 허약한 경우(기혈허약·氣血虛弱), 비만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으면(습담·濕痰) 임신이 잘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자궁질환(어혈·瘀血)이 있어도 아이를 갖기 어렵다.

생리가 불규칙하면서 안색이 창백하고 자주 어지러운 여성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만성 난임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는 건장하지만, 몸의 기운이 허약하고 자궁 내 습담이 오래 정체돼 임신이 안 되는 경우다. 빈혈기가 있고 얼굴에 윤기가 없는데 임신이 잘 안 되면 수척성 난임이다. 신장과 간장이 허약해 온몸에 피가 부족하고 자궁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 아이가 안 들어선다. 비위 허약성 난임도 있다.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겨 자궁의 진액이 고갈되는 난임증이다.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식욕과 기운이 없으면서 손발이 찬 여성들에게서 흔하다. 항상 손발이 차가우면서 생리가 늦고 양이 적은데 생리통이 심하면 한랭성 난임으로 분류된다. 한의학에선 이 경우 자궁이 차고 말라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 종양으로 임신할 수 없는 여성은 임신 전 치료로 자궁의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며, 선천적 자궁기형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은 한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한약과 침, 뜸으로 치료

한방 난임 진단은 진맥, 배의 통증과 온도 등을 살피는 복진(腹診)을 통해 이뤄진다. 원인을 찾으면 한약과 침, 뜸 등으로 치료한다. 생리가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여성에게는 숙지황, 향부자 등이 들어간 처방을 사용한다. 몸이 차거나 허약한 여성이라면 맥문동, 당귀가 포함된 처방, 소화기능과 생식기능이 떨어졌다면 숙지황의 비중이 높은 처방을 사용한다.
배와 손, 발 등에 놓는 침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생리와 배란 주기를 정상으로 되돌린다. 침 치료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난소 혈류량을 증가시켜 임신에 도움을 준다. 침 치료는 남성 난임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침을 맞은 남성의 정자 운동성 등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의 난임치료의 성과

과거에는 개별 한의원 수준에서 난임치료가 이루어져 왔으나, 몇 년 전부터는 지자체와 한의사협회간의 협의하에 치료를 시행하고 결과를 함께 분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대구 동구에서 실시한 사업은 39%의 임신성공률을 보였고, 대구 달성군은 25%(2010년), 전북 익산은 27%(2013년)의 성공률을 보였다. 부산에서도 작년에 한방 난임 치료를 받은 여성 126명을 조사한 결과 34명이 아이를 가져 임신 성공률이 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양방 산부인과의 난임 치료 효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시술비를 지원하는 난임 지원사업의 임신 성공률은 24%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효과 뿐만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자료에 의하면 양방 난임치료 총소요비용이 인공수정(1105만원)과 체외수정(1224만원)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한의사회에서 지자체와 함께 시행한 한의 난임치료사업에 소요된 금액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한의 난임치료와 건강보험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원 내용을 보면 △체외수정 시술 시 회당 190만원 범위 내에서 총 3회 지원 △동결배아로 체외수정 시술 시 회당 6만원 범위 내에서 총 3회 지원 △인공수정으로 시술 시에는 회당 50만원 범위 내에서 최대 3회 지원 등으로 현재 난임 시술은 최대 190만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난임 시술에 드는 모든 비용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방 난임치료는 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3일 모자보건법의 개정됨으로써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더 많은 난임 부부에게 부담 적고 효과적인 한의 난임치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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