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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천 외딴 나무, 큰 나무가 되어라42번째 나무-수월마을 느티나무

수양동 주민센터에서 수월천을 따라 양정동(법정동)으로 가다 보면 수월마을 표지석이 있는 곳에 외딴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종은 느티나무고 키는 2~3층 건물 높이다. 둘레는 덩치 큰 성인 남성이라면 한 아름 가득 안을 수 있는 정도다.

지난번에 이 나무를 취재하려고 수양동에 도움을 청했는데 양정에 있는 당산목 팽나무를 소개받았다. 훗날 취재 소재가 바닥날 때 이 나무에 다시 오기로 생각했었다.

바야흐로 한 달도 못 돼 이곳을 다시 찾았다. ‘섬을 사랑한 나무’ 기사는 인터넷상에서 조회 수는 꽤 많은 것 같은데 반응이나 제보가 거의 없다. 크고 작든, 어리든 늙었든, 귀하든 흔하든 어떤 나무라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신문사에 전화부터 바란다.

본론으로 돌아와 이 느티나무는 여기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매일 만나는 일상의 한 풍경이다. 그러나 정작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낯선 존재이기도 하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통학 도우미 어르신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그분들과 눈인사라도 나누면 그 뒤로 출근길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진다. 이 느티나무에도 눈길 한 번 더 주다 보면 어느샌가 출퇴근길을 반겨주는 특별한 친구가 돼 있지 않을까.

일단 이 친구의 프로필을 따져보면 나이는 30~40대로 추정된다. 수양동 주민센터로부터 소개받은 수월경로당 회장 김달호(84) 씨에 따르면 30~40년 전 수월마을 이장을 맡고 있을 당시 행정에서 각 마을에 느티나무 묘목을 2~3그루씩 나눠 주며 심으라고 했단다.

이장이었던 김 씨는 마을 사람들과 지금의 자리에 세 그루를 나란히 심었다. 그 뒤 두 그루는 고사하고 현재 한 그루만 남은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차가 쌩쌩 달리는 잘 닦인 도로가 아니었다. 온통 흙바닥이었고, 나무 그늘이 제법 커지자 오가는 사람들이 수시로 쉬었다가는 쉼터로 사랑받았다. 도로 포장할 때 없애려고 했던 것을 겨우 지켜냈다고 한다.

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더 특별한 것은 없다. 주민센터에는 관련 자료가 전혀 없고, 주민들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나이가 많거나 아름드리나무였다면 당산목이나 정자목 역할이라도 했을 터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으론 이 나무의 어린 시절을 함께 지냈다는 것만으로 위안 삼아야겠다. 먼 미래 아주 귀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 중 하나다. 이 어린 느티나무가 오백 년, 천 년을 살아남아 이 일대 가장 큰 나무로 성장했을 때 누군가가 “이 나무도 어릴 때가 있었나요?”라고 묻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케케묵은 이 기사를 들춰내 언제 누가 어떻게 심었는지, 사람들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답해줄 것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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