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보편적으로 성격이 급한 편이다.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자동차며, 건널목의 짧은 신호를 견디지 못하고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러다 보니 인명사고도 빈번하다. 목숨까지 잃어가면서 뭐가 그리 바쁜지 안타깝기만 하다. 몇 일전 친한 사람들과 동남아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저가항공치고는 비교적 큰 비행기였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모두가 하나같이 일어서서 짐 챙기고 하는 바람에 좁은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착륙해서 관제탑의 신호를 받고 승객이 내리기까지는 줄잡아 십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도 말이다.

약간 놀란 표정의 외국인이 같이 일어서서 허둥대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와 정서적으로 별로 좋은 관계가 아닌 일본에 몇 번 간적이 있다. 그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면 무식할 정도로 질서정연하다. 차가 다니지 않는데도 신호등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고 고속도로 제한속도도 갑갑할 정도로 철저히 지킨다. 저녁에 일행들이랑 술 한 잔하고 길을 건너는데 컴컴한 차도 양옆으로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차들이 정지해 기다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남을 철저히 배려하는 문화는 우리가 배울만하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도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다. 급속한 경제성장이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해치우는 신속함 등은 세계에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모든 것을 빨리 해치우다 보니 신속성으로 인한 정확함과 신중함이 없다. 그러한 것들이 당연히 부실로 나타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삶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급속한 물질문화에 쫓기는 듯 하는 행동양식은 이제는 개선되어져야 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평소 정신적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느리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제일 먼저 느리게 살려면 정신세계가 평안하고 맑아야 한다. 내가 경험하기로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생활태도가 최고인 것 같다. 다소 힘든 일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를 '덕분에'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방글라데시나 티베트, 스리랑카와 같은 후진국이 선진국을 제치고 행복지수가 굉장히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종교의 영향도 크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수용하는 그 나라의 국민성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은 평화롭다. 다음은 항상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순응하면서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비롯한 몸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맑은 기분으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산행이 좋기는 하지만 힘든 사람은 틈틈이 야외를 천천히 걸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운동개념보다는 정신적 여유로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나 집착을 벗어던지자. 사람들이 분에 넘치는 탐욕으로 자신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항상 정신없이 바쁘다. 물론,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하여 그 것을 달성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것도 큰 기쁨이고 행복이지만 어설프게 무리한 목표를 세워 시간과 금전만 낭비하고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 들어 한 번 실패해버리면 그 후유증이 평생 갈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과분한 욕심은 절대 금물이다. 집착도 삶의 여유로움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한다.

어차피 다 버리고 갈 것들이다. 과도한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어느 노스님에게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물으니 "그냥 웃지요"라고 대답했다한다. 때로는 단순하게 다소 모자라는 듯 순진하게 살 필요도 있다. 인간관계를 일일이 따진다든지 매사에 정확한 것만을 고집한다면 상처받는 일이 너무 많을 것이다. 기계나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하면서 살 필요가 있다. 느림의 대명사 '달팽이'라는 시를 마지막으로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갑니다. 나의 길을/ 꾸준히 천천히/ 가다 지치면 잠시 멈추어/ "힘내자" 다짐하며/ 더듬이 들어 보이는/ 승리의 브이(V)/ 갈 길 멀어도/ 멀리 보며/ 갑니다. -김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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