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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정체 밝힌 문암의 늙은 나무39번째 나무-연초 문암 푸조나무

연초면과 하청면을 오가는 길에 다공삼거리가 있다. 이번 나무는 다공삼거리에서 멀지 않은 덕치리 문암 마을의 노거수다.

이 마을은 이름에 문 문(門)자와 바위 암(巖)자를 쓴다. 이는 마을에 있는 연초정수장에서 소하천 건너편 산기슭에 있는 바위 3개가 ‘門’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정수장을 만들면서 돌 하나가 유실돼 지금은 그 형상을 잃었다.

좁은 마을에 논이 꽉 들어찼고, 소하천을 경계로 그 너머에 집들과 밭떼기가 자리하고 있다. 하천을 따라 양쪽에 임도가 나 있는데 그곳에 나무가 있다.

마침 나무 아래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이곳 토박이이며, 수십 년 동안 마을 이장을 지냈던 박이묵(77) 씨였다. 마을 이름에 대한 유래도 그에게 들었다.

박 씨는 이 나무가 포구나무(팽나무)라 했다. 두 그루라서 암수나무라 한다. 덩치가 하도 우람해서 4~5년 전에 경남도기념물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때 수관(樹冠)을 포함한 전체 둘레는 자격 요건이 됐지만, 키가 작아 거절당했다.

그런데 암만 봐도 느티나무다. 이파리 모양이나 무늬를 보니 지금껏 취재한 느티나무들과 똑 닮았다. 어르신은 까만 열매가 달달한 것이 포구나무가 틀림없단다.

나중에 국립수목원에 나무 사진을 보내니 포구나무도, 느티나무도 아닌 ‘푸조나무’란다. 우리나라 남부 바닷가 또는 경남 서해안과 남해안에 유독 느티나무 대신 푸조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한다.

모양은 느티나무와 비슷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성질을 따져보면 박 옹의 말대로 포구나무에 가깝다고 한다.

느티나무와 푸조나무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잎을 보는 것이다. 잎에는 핏줄처럼 잎맥이 있다. 중심 줄기를 주맥, 주맥에서 갈라진 줄기를 측맥이라 한다. 또 이 두 나무의 잎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이다.

느티나무는 측맥이 잎 가장자리까지 이어지지 않는 반면, 푸조나무는 톱니까지 뻗는 것이 두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이다.

머리가 ‘띵’ 하다. 지금까지 취재한 느티나무 중에 분명 푸조나무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같은 느티나무인데 왜 껍질 모양이나 잎 모양이 조금씩 다를까’하고 의아했던 적이 꽤 있어서다.

다시 나무들을 찾아가 올바른 수종을 확인해 지난 기사들을 수정해야 한다. 시 보호수 관리대장에도 수정이 필요하면 관련과에 요구해야겠다.

아무튼, 포구나무로 알고 있던 이 푸조나무는 마을에서 350~400살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마을 노거수보다 그리 크지 않은데 고령으로 추측하는 근거는 이렇다.

이 마을에서 백수(白壽)를 누리고 돌아가신 한 할머니가 젊었을 때도 나무는 지금 크기와 비슷했다고 한다. 아주 느리게 성장하는 나무여서 고령임에도 키가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크고 있다는 증거는 또 이렇다. 원래는 밑동을 감고 있는 뿌리 하나가 있었다. 이 뿌리가 끊어져 지금은 3뼘가량 벌어져 있다. 박 옹은 사람들은 나무가 크는지 몰랐지만 끊어진 뿌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박 옹은 이 나무를 보면 학창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곳 5개 마을 학생들은 까만 교복을 입고 덕치고개 너머 하청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때는 하도 못살아 굶주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무 열매가 익던 가을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면서 나무에 새카맣게 달라붙어 열매를 따 먹었단다. 그때는 그렇게 허기를 채우던 시절이었단다.

지금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떠나고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20가구 정도가 있다. 이날 이 나무와 마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박 옹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그런 그가 큰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마을과 덕치고개를 잇는 산길이 평지에서 매우 높다. 하지만 안전 펜스가 없어 항상 불안하게 이 길을 다녀야 했다.

그런 와중에 며칠 전 뉴스에서 이 길과 유사한 구조에서 일어난 노인 사망 사고를 접한 박 옹은 당장 거제시에 설치를 요청했지만, 시는 예산 문제로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마을에선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나무가 오래 산 마을은 대부분 외딴 시골이다. 옛것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적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에 따른 고충을 세상에 호소하고 싶어도 대부분 노인이라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코너를 통해 마을 현안도 함께 다뤄 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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