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은 올해도 지역예술과 중앙의 예술을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렸다. 어느덧 12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명성황후로 한해를 마감하고자 한다, 때마춰 언론에서는 내년에 “코리아문화수도” 시행을 발표하였다.

“코리아문화수도”란 전국의 문화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4년 비영리 법인으로 설립된 코리아문화수도 위원회에서 문화의 서울편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방 주민들도 문화생활을 만끽함으로서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지역재생이 되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정치수도나 경제수도를 옮길 수 없다면 문화수도라도 옮기자는 발상이 코리아문화수도의 기본개념이다. 코리아문화수도 조직위는 다양한 국공립 민간 문화예술단체와 협약을 맺고 해마다 문화수도로 옮겨 가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에서만 볼수 있었던 유명한 콘텐츠와 예술가들을 지역의 문화수도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은 이미 2003년 재단 출범 정신에 코리아문화수도의 취지를 담고 있다. 거제문화의 개성과 특성에 맞는 지역문화의 융성과 아울러 대도시에 편중된 문화를 지역으로 옮겨와서 개최함으로서 유명 예술인의 예술을 바로 눈앞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거제시민의 ‘문화 즐김’을 꾸준히 벌려오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문화 즐김’을 통해서 지역의 문화역량 즉 문화예술의 생산자인 지역예술인의 자생력과 소비자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문화 즐김’ 최고의 정점인 기획공연 명성황후를 소개하고자 한다.

12월 5일과 6일 이틀간 4회에 걸쳐 동양 최초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진출과, 6차례의 해외 공연 등 지방에서는 좀체 관람하기 힘든 명성황후 콘텐츠를 그대로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 올릴 예정이다.
895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명성황후는 1995년 12월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부활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4년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제작비 12억이라는 당시로선 막대한 자금으로 완성되었다.

이문열 원작의 여우사냥을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이 각색하고 김희갑 작곡, 양인자 작사, 그리고 윤호진 연출로 만들어진 뮤지컬 “명성황후”는 공연 전부터 국내 최고의 스텝과 배우들의 공동 작업으로 공연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그 이후 뮤지컬 “명성황후”는 매 공연마다 보완되면서 10년간 총 130여명의 스텝과 240여명의 배우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연출부터 주연, 코러스에 이르기까지 전 스텝과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공연이다. 10년간 많은 변화 속에서도 뮤지컬 “명성황후”를 거쳐 간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명성황후”를 그들의 최고 작품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명성황후”에 대한 이들의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내린 빛의 완벽한 조화와 고증을 통해 완성된 600여벌의 아름다운 복식은 런던의 인디펜던트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움을 흠씬 전한 의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지름 12m 조립식 턴테이블로 설계된 이중회전 무대는 인물의 등퇴장을 돕고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할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의 갈등구조와 흥망성쇠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극의 흐름을 돕는다.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은 ‘신이 내린 빛’으로 극찬 받은 조명과 어우러지는 무대로 “명성황후”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애초에 뮤지컬 “명성황후”는 국내 공연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갈 문화상품으로 기획되었다. 1997년 뗏목이라도 타고 간다는 심정으로 첫발을 내디딘 브로드웨이 공연은 높은 객석 점유율과 전회 기립박수 속에서 성황리에 마감하였다. 이후 “명성황후” 팀은 지속적인 해외 공연 유치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였고, 토론토 허밍버드센터 공연을 통해 해외공연 사상 최초로 흑자를 이루게 되었다.

“명성황후”는 한 나라의 국모였지만 한 남편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써 그녀가 겪었던 죽음과 만국공통의 정서인 애국심이 결합하여 국제적인 문화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서양 열강의 간섭 속에 망망대해 떠도는 조각배 같은 조선 말기에 고종보다 더한 권력을 쥐었던 흥선대원군이 있었지만 조선의 국모로 위엄을 끝까지 잃지 않았던 명성황후이다. 일본자객에 의해 시해되기 전까지 대장부 같은 결단력과 외교관으로서의 협상력, 한 나라의 국모로써 조선말의 격동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려고 애쓴 인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도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고 하니 뮤지컬 “명성황후”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명성황후”는 연말 문화송년회 관람으로 연일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때마침 불어 닥친 조선업의 불황으로 지역경기가 무척 어려워질 예정이다. 이런 때 명성황후가 거제판 ‘잔 다르크’로 우울한 지역 정서를 치유하고 위로하여 경제가 활성화 되는 ‘거제여 일어나라’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문화예술회관 앞마당에서 대마도를 응시하고 있는 소녀상을 위로하고 한일 간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는 계기였으면 한다.

이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를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 진실한 역사반성이 있어야만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국격(國格)이고 시격(市格)이며 개인으로 보면 삶의 품격(品格)이 된다. 나날이 문화도시로서 시격과 품격을 갖추어 가고 있는 거제이다. 2016년 코리아문화수도 첫 번 째 주인공으로 경기도 시흥이 선정되었다고 하니, 2017년에는 두 번째 주인공으로 “코리아문화수도 거제”가 선정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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