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런 만큼 크고 작은 교통사고들이 주변에서 일어난다. 거제시에 등록된 차량의 수가 올해 9월 말 기준 119,274대(이륜차 포함)에 이르렀고, 휴가를 앞두고 우리 지역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 대형 사고부터 소소한 접촉 사고에 이르기까지, 사고 소식을 듣거나 사고 장면을 지나가는 것이 드물지 않다. 자동차보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손해보험사와 공제조합의 통계를 살펴보면, 작년에 우리 거제 관내에서 발생한 사고가 3,625건이다. 이는 재작년의 3,378건보다 무려 7.3%가 증가한 수치이다. 대략 하루에 10건 가까운 사고가 발생되고 있다는 뜻인데, 가벼운 접촉사고의 경우 보험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렇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교통사고에 따른 인체손상의 대부분은 사망이나 중상사고가 아니라 주로 목 부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염좌이다. 교통사고는 외부적인 충격이 직접 신체로 영향을 주기보다는, 차량을 매개로 해서 충격이 신체에 전해오는 형태라서 일반적인 타박상과는 다르다. 자동차가 서양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한 연구도 서양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물론, 차량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차량도 많지 않았고 그 충격량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차량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의료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928년 Crow가 처음으로 교통사고에 의한 손상에 대해 ‘편타증(Whiplash)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편타’라는 말은 채찍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채찍을 사용할 때는 탄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뒤로 강하게 당겼다가 앞으로 힘껏 내리치는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목 부위에서 이런 채찍의 움직임과 같은 형태로 손상을 받게 된다. 목이 과신전 후 과굴곡, 즉 과도하게 뒤로 젖혀졌다가 앞으로 다시 꺾이게 된다. 뒤에서 차가 와서 부딪히는 사고인 경우 신체의 움직임을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 관성에 의해서 몸통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아 신체가 의자 등받이 쪽으로 밀리게 된다. 의자 등받이가 대체로 약간 뒤로 젖혀져 있기 때문에 몸이 후상방으로 쏠리게 되면서 척추의 곡선이 쭉 펴지게 된다. 그러나 안전벨트와 등받이의 보조를 덜 받는 머리와 목 부분은 기존의 척추 곡선을 유지한 상태로, 목이 아직 뒤로 젖혀지기 전이다. 목뼈의 아래 부분에 압박이 집중된다.

2단계. 머리가 강력하게 뒤로 젖혀지게 된다. 이 때 두개골이 턱관절에 비해 더 많은 움직임(신전)이 발생하면서 턱관절이 열리면 턱관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3단계에서는 충격의 힘이 떨어져 자동차의 가속력이 감소한다. 그러나 안전벨트의 지렛대 작용에 의해 목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4단계에서는 자동차가 멈추지만 머리와 몸통은 관성 때문에 앞쪽으로 강하게 쏠린다. 즉, 3~4단계에서는 등뼈를 기준으로 목이 과도하게 앞으로 꺾이게 된다. 교통사고에 의한 손상은 이 때 많이 발생한다. 이런 강한 움직임은 근육과 인대와 뼈, 혈관과 신경처럼 다양한 구조물의 손상을 야기한다. 머리뼈와 목뼈를 연결하는 근육들은 팔 다리의 근육들에 비해 크기가 작고 특수화 되어 있다. 강한 힘을 쓰기보다는 적절한 방향으로 시선과 고개를 돌려주는 근육이기 때문에, 다양한 힘의 방향을 가지는 장점을 가지지만 길이가 아주 짧아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갑자기 당겨지게 되면 손상받을 가능성이 더욱 큰 단점이 있다. 특히 교통사고 후에 경추통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은 경향을 나타나는데, 여성의 경우 목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남성에 비해 약하고, 골밀도도 낮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교통사고의 한의치료는 어혈을 제거하고 근육 이완 작용이 있는 한약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침, 뜸, 부항요법, 한방물리요법, 약침요법 등으로 통증을 줄여주게 된다. 추나요법을 활용하면 뼈와 근육을 정상적인 위치로 환원시킴으로써 척추에 쌓이는 비정상적인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교통사고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최근 모 대학 한방병원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입원한 환자 332명을 조사한 결과 그 치료효과가 우수 91명(27.41%), 양호 129명(38.85%), 호전 65명(19.57%), 별무호전 47명(14%)으로 나타나 설문 대상의 86% 정도가 교통사고 후유증의 한방치료에 만족도를 나타냈다. 불의의 사고로 통증을 겪고 있는 독자라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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