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의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이 오늘 마침내 확정 고시 되었다. 이로써 이를 강행하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역사학계와 교수, 교사, 야당, 시민단체, 독립운동단체, 다수의 시민들이 연일 반대 데모에 나서는 등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참예한 갈등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박근혜정부는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경제회복을 위해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개혁추진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던 박근혜대통령이 갑자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국가 경제상황이 매우 나빠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 왜 이렇게 국민을 둘로 갈라 쓸데없는 문제로 국론분열을 자초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왕조시대인 조선시대에도 역사의 기록은 오로지 역사를 기록하는 사초의 몫이었다. 현직위의 왕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기록에 대해서도 어떤 왕도 간여 할 수 없고 볼 수도 없었다. 왕조시대에도 그랬는데 지금 첨단의 21세기 이 민주주의시대에 대한민국이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소동을 겪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민주주의 정부라면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인정제 교과서가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시절과 전두환 군부독재시절에서만 국정교과서를 강제로 전환 사용하였다. 지금의 검인정교과서 제도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민주화 요구에 의해 쟁취된 “1987년 체제” 즉, 민주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이처럼 국정교과서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도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북한, 몽골, 방글라데시 등이고, 검인정,자유발행제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스페인, 캐나다, 호주 등의 선진국 대부분이다.
유엔에서 조차도 ‘2013년 총회 특별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일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다. ‘국가주도의 단일화 역사교육은 특정한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도구가 될 위험성이 크다. 단일 역사 교과서만을 승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올해 초에도 유엔은 베트남정부에 대해 국정교과서 폐지를 권고했고, 베트남정부는 마침내 이 권고를 받아들여 교과서를 검정제로 전환할 것을 결정하였다.
한마디로 국정교과서는 북한 같은 독재국가나 경제적으로 민간 교과서를 발행할 능력이 없는 나라에서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선진국이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대한민국이 국정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 박근혜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과거 11년 전인 2004년 김영삼 정부시절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보여준 발언은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11년 전인 지난 2004년에 있었던 SBS와의 기자회견을 보면, 당시 노태우전대통령과 만난 기자회견 자리에서 “역사는 정말 역사학자들과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역사를 재단하려고 하면 다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될 리도 없고, 나중에 항상 문제가 될 것“ 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지금의 국정화 추진에 대한 현 박근혜대통령의 뻔뻔한 거짓말과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세계 각국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보도되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면, 미국 뉴욕타임즈는“교과서에 정치관 반영, 박근혜 정부, 역사교육을 과거로 돌려” 일본 아사히신문은“역사교과서를 통제하려고 하는 한국정부- 야당, 학계, 학생 저항에 부딪혀” 중국 신화통신 “지금 왜 역사교과서만 국정화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영국 BBC“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젊은이들이 다양한 역사해석을 접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등 전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한국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비판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 여론의 반대 수위 역시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처음으로 이 문제가 불거진 10월 13일에는 반대가 44.7%, 찬성이 47.6%로 오차범위 내였지만, 10월 20일 반대가 52.7%, 찬성이 41.7%로 반대가 11% 많았다. 한국갤럽도 비슷했다. 10월 13일 찬성과 반대가 42%로 같았지만, 10월 22일 반대가 47%, 찬성이 36%로 반대가 11% 높아졌다.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직접 역사를 가르치는 전국 역사교사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국정화를 반대한다’가 98.6%로 나타났다.

지금 전국의 역사학계와 교수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지 않겠다.’‘교사는 국정 역사 교과서로 가르치지 않겠다.’‘학생은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배우지 않겠다.’ 고 연일 언론을 통해 작금의 정국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핵심인사들 마저도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두언의원도, 남경필경기도지사도 반대하고 나섰다. 더욱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곤경에 빠뜨린 것은 박근혜정부의 초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다.

그는 “나는 보수 쪽이다. 그러나, 나도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방송에 나와서 까지 밝히며, 그러면서 이태진교수는 이렇게 폭로하고 있다. ”현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고? 말도 안 됩니다. 박근혜정부 초기 청와대에 현재의 국사교과서를 가져가서 10일 동안이나 면밀히 검토했다. 그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교과서였다”고 말하면서 그는 “국정화하면 일본이 미소 지을 것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모두 검인정제로 한다. 국정화하면 정권의 개입을 막을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국정화 논리가 얼마나 황당하고 논리적 근거가 빈약함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역사학계와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반대하는데도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려는 박근혜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왜 국민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대통령과 교육부는 강행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역사왜곡에 있다. 2017년은 박정희 탄생100주년이 된다고 한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삼고자하는 일부 개신교계와 뉴라이트계열, 친일과 독재에 부역한 일부 보수세력들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남한단독정부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주장하고 있다. 아무런 뿌리도 없이 대한민국이 어느 날 갑자기 해방되어 건국을 하게 된 신생독립국으로 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친일경찰 노덕술이나 백선엽 김백일 같은 친일파들은 갑자기 건국의 영웅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꿈이고 노림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이다. 3.1운동이 일어난 해인 이 1919년에 건국된 것이다. 3.1만세운동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 모두가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기록으로도 이미 대한민국이 존재했었던 것이고, 이것은 이미 이승만 전 대통령도 인정했던 사실이다. 우리의 현행 헌법에도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것으로 되어있기에 이는 명명백백한 역사적 정통성이다.

지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저변에는 이 같은 엄청난 노림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새누리당 김무성대표도 선친 김용주의 명명백백한 친일행위사실에도 불구하고 친일이 아닌 애국자라고 김무성대표는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온 방송을 통해 지금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추태이고,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인가? 그렇다고 친일행위가 갑자기 증발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편이 더 쉽지 않겠는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나치당을 정당화하고 선전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바로 국정교과서였다. 일본 군국주의 정권, 한국의 유신독재 정권, 전두환일당의 군부독재정권 역시 그랬다.
이 글귀를 곰곰이 음미해 보자.
“역사교육은 국가의 부정을 목표로 하는 좌파들의 영향력을 일소해야 한다... 역사는 ‘올바르게 해석된’ 공정성에 기초해야 한다”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의 교육강령』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의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논리와 너무나 판박이처럼 닮아있지 아니한가?
‘아직 쓰지도 않았다’,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왜 반대하느냐’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주장하지만, 새삼 무슨 근거가 더 필요한가?

교육부는 이미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조차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사를 축소한 바 있다. 그 예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5학년 2학기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교과서 내용에 ‘일제의 의병 대토벌~’ 이라든가 ‘을사조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 , ‘(1920년대 일제에) 쌀을 수출하는~ ’등으로 기술되어 있다. 의병이 토벌의 대상이 되고, 을사조약의 성공을 미화하고, 강제 수탈을 수출로 왜곡하는 교과서가 바로 대한민국교육을 관장하는 교육부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검인정교과서가 이러할 진대 국정화로 전환되면 어떻게 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또 더욱 가관인 것은‘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장하는 일제의 식민지배 덕분에 우리나라가 산업화되고 성장, 발전할 수 있었다는 왜곡된 논리에 있다. 그들은 일제의 의한 강압적 식민 지배를,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친일불가피론으로 왜곡, 미화하려고 한다. 이른바 일본에 의한 『식민지근대화론』은 대표적 친일역사관인 『식민사관』인데 말이다.

또한, 현행 초등 국정교과서와 중등국정교과서의 제작기간은 모두 2년이다.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는 2017년 교육 현장에 배포되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1년뿐이다. 이는 결국 함량미달, 부실교과서가 될 것이고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는 현재 역사학계 90%가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들을 뺀다면 국정교과서를 쓸 역사학자가 어디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따라서 친일미화 국정교과서의 반대는 이데올로기나 정치 이념, 진영논리에 의한 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의 정통성을 지켜내는 일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고, 권리이며,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일 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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