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4일 기자회견 “돌고래 세탁국 전락” 비난

지세포에 위치한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가 돌고래 직접 수입이 어려운 외국에 돌고래를 수출, ‘한국을 돌고래 세탁국으로 만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설이 당초 거제시에 기부채납된 상황에서 일종의 빼돌리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거제시가 오명을 뒤집어 쓴 형국이 됐다.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2시 거제씨월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세 단체는 “㈜거제씨월드(대표 림치홍, 싱가포르)가 일본에서 수입해 온 큰돌고래 5마리를 터키로 재반출하겠다는 수출 요청서를 지난 10월 21일 환경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거제씨월드는 일본으로부터 큰돌고래 16마리, 러시아로부터 벨루가 4마리를 수입해 지난 2014년 4월에 개장한 돌고래수족관으로서 중국계 싱가포르인 림치홍이 대표로 있는 기업”이라며 “거제씨월드는 수족관 부지를 거제시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사업장을 갖춘 후 돌고래 등을 포함해 거제시에 기부채납하며 무상 관리운영권 18년과 경영수익사업금 6년 무상을 확보 받았다”고 배경을 짚었다.

돌고래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돌고래 전시 사업에 대한 비판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마저 일본에서 포획되는 돌고래를 전시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어,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수족관으로 세탁하며 거래하는 것이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의 자발적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이기에 이번 일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큰돌고래들이 수출된 이후에는 벨루가(흰고래)들이 필리핀 마닐라오션파크(Manila Ocean Park)에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동물보호단체인 Earth Island Institute 필리핀 지부는, 거제씨월드 림치용 회장이 소유한 마닐라오션파크에 벨루가 전시용 야외 수조가 완성됐으며, 최근 마닐라 오션파크의 조련사들이 벨루가 조련법을 배우기 위해 거제씨월드로 파견되어 훈련을 받았다고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필리핀은 러시아 해양에서 포획되는 벨루가를 곧바로 수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고 필리핀에 벨루가를 반입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3국을 거치는 과정뿐이어서 한국이 이에 이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제시 행정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외국자본 기업 거제씨월드는 건축물 공정률을 속이고 임시사용승인도 받지 않고 공사 중인 건물에 돌고래들을 반입해, 이를 동물자유연대가 경찰에 고발하고 나서야 거제시는 부랴부랴 임시사용승인을 내주며 거제씨월드의 행위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면서 “거제시가 거제씨월드 설립에 대한 산업연관효과분석에서 돌고래쇼장으로 인해 매년 270억원을 생산하고, 140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은 (주)거제씨월드를 옹호하는 거제시의 판단이 위험 수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거제씨월드는 지난 해 27억여 원의 매출 수입을 올렸을 뿐이며, 지역 인력 고용도 거제시 일운면 지역에서 관리인과 시간제근로자 몇 명을 고용하는 것에 그쳤다”면서 “실속 없는 사업에 시민들의 땅을 허비한 권민호 거제시장은 (주)거제씨월드와 함께 이 사태를 책임지는 자세로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외국 자본의 돌고래 세탁에 휘둘리는 환경부와 거제시는 한국을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면서 “거제씨월드는 운영난을 이유로 수출한다고 주장하지만, 거제씨월드는 애초부터 흑자 운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으며 거제씨월드가 한국을 돌고래 세탁국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경고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제시와 환경부가 외국자본에 휘둘려 한국을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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