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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사환 느티나무, 100살도 안 살았네.34번째 나무-하청 사환 느티나무

하청면 사환마을 들판이 누렇게 익었다. 잘 영근 벼 이삭을 보고 있노라니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쌀밥 생각에 군침이 돈다. 그야말로 풍요로운 한때다.

들판 한쪽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지난여름에는 논과 산의 녹음에 묻혀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자 숨겨뒀던 자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 전경이 물비늘 반짝이는 구조라 해변과 윤돌섬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논 옆에 있는 사환마을 경로당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또 풍경이 다르다. 가로 세로 정갈하게 선을 그은 바둑판 위의 화점이 떠오른다.

가까이서 본 나무는 매우 건강해 보인다. 어디 상한 곳 없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쳤다. 나무의 흉고(사람 가슴 높이) 둘레는 약 3.75m다.

나무는 크고 우람하지만 나이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거제시 보호수에도 등록이 안 돼 있다. 그래도 200살 가까이는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웬걸, 경로당에서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100년도 안됐단다.

어르신이 1931년생이고 초등학교 때 이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원래는 이 나무 말고 더 크고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 태풍에 쓰러져 뿌리만 남았다. 인근 교회의 장로였던 신 모 씨가 사람을 시켜 뿌리를 파내고, 마을 산에서 어린 나무를 캐와 심었다고 한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는데 6·25사변이 있기 전이라는 것은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르신은 그 나무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게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수호목 대접은 앞에 나무가 다 받았을 것이고, 100년도 안된 이 나무는 아이들 놀이터나 농번기 쉼터로 쓰였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덩치다.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생에 아이들이 타고 올라갈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만큼 하청 들판의 토지가 비옥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어르신은 기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연락처 하나를 알려줬다. 그 번호로 전화해보니 한 어르신이 매우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알고 보니 본지 애독자로서 이 코너를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은 나무 아래 돌담에 새겨진 ‘贈(증) 사환부인회 1965.3.21’은 돌담을 쌓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기자는 어르신들 기억을 믿지 못하고 사환부인회가 이날 이 나무를 심은 것으로 지레짐작하던 참이었다.

이 외 추가적인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어르신은 이 코너 덕분에 마을 느티나무에 관심을 갖게 돼 벌써부터 마을 사람들을 탐문했단다. 그러나 큰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나무지만, 앞으로 얼마나 크게 자랄지 또 얼마나 많은 사연을 겪게 될지 기대되기에 특별하다고 말해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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