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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명동에서 가을을 만나다33번째 나무-연초 명동 은행나무

연초면 명동리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지역인데도 볕이 잘 드는 포근한 마을이다. 연초면지에는 골이 깊고 물이 좋아 농경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추석을 보내고 찾은 명동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장면을 그려냈다. 이쯤 되면 명동 명하마을의 명물인 은행나무도 샛노랗게 물들었거니 하고 가봤더니 아직도 파릇파릇하다.

명하마을 은행나무는 1982년 7월 시나무 12-19-2에 지정됐다. 거제시에선 유일한 은행나무 보호수다. 거제시 보호수 관리대장에 따르면 나무 높이는 17m에 이르고 나이는 300년으로 추정한다.

나무는 두 그루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하나다. 그래서 연초면지에는 이신동체(二身同體)의 부부나무라고 소개하고 있다. 동쪽으로 뻗은 나무를 서동(?東), 서쪽으로 뻗은 나무를 부서(婦西)라고 해 신랑·신부나무라고 부른다. 연초면지는 이 부분을 설명하며 ‘이제는 세월이 오래돼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가 됐다’는 재밌는 표현을 썼다.

또 잎이 무성하면 마을이 화목하고, 가지가 썩거나 잎이 듬성듬성하면 흉흉하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시집온 새 색시는 먼저 이 나무에 인사를 올려야 부부의 정이 깊고 백년해로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풍속이 없어졌다.

나무 곁에는 명하경로당이 있다. 할머니 세 분이 경로당에서 나오시더니 나무 아래 볕이 잘 드는 곳에 누워 담소를 나눴다. 할머니들도 이 나무에 대해선 딱히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노랗게 단풍이 드는데 기자가 한 주만 늦게 왔어도 볼 수 있었을 거라 했다. 평소에는 사람 발길이 드문 곳이지만, 단풍들 땐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지 꽤 사람이 붐빈다고 했다.

또 이 나무는 수컷이라 열매가 맺지 않는다고 했다. 아주 옛날에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는데 사실 여부에 할머니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처럼 암수가 구별된 나무, 즉 종자식물에서 암수의 생식기관 및 생식세포가 다른 개체에 생기는 현상을 암수딴그루 또는 자웅이주라고 일컫는다.(*출처 두산백과)

가을이 시작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열매의 악취 때문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가로수로 심는 어린 은행나무는 최소 10년은 지나야 열매 맺는 것을 보고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10년 정도 가로수로 있으면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컷으로 교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같은 일이 매년 벌어진다고 한다.

최근엔 DNA성감별법을 개발해 한 살짜리 어린개체도 수컷만 골라내 가로수로 심을 수 있다고 한다. 자랄 대로 자란 성체는 암수구별이 쉬운 편이다. 수컷은 꽃가루를 멀리 날리기 위해 위로 자라고, 암컷은 열매를 멀리 떨어트리기 위해 옆으로 자란다. 명하마을 은행나무는 위로 솟구친 형태로 보아 수컷으로 짐작된다.

은행나무는 또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고생대(5억700만 년~2억4000만 년 전) 식물의 형태가 아직까지 남아있어서다. 한 나무 관련 서적은 백악기(1억 3500만 년~6500만 년 전)에 이르러 지금과 거의 유사한 형태가 완성됐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잎에 항균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벌레가 꼬이지 않고, 열매도 악취 때문에 동물들이 탐내지 않는다.

게다가 오래된 나무라도 줄기에서 새싹이 돋는다. 명하 은행나무도 다른 노거수들처럼 태풍 피해를 적잖이 입었는데 나가떨어진 가지 주변으로 새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러한 능력도 오랜 세월을 버티는데 한몫했을 거로 보인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걱정하는 게 하나 있다. 나무 아래 평상이 만들어진지 20년 가까이 돼 거기서 개미가 창궐한 것이다. 게다가 나무 평상은 군데군데 썩어 구멍이 났다. 맘 놓고 드러누워 쉬기에 너무 낡았다. 그동안 면이나 시에서 살펴보러 온 적도 없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마을에는 이를 수리할 젊은 인력이 남아 있지 않다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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