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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다 꼬마들 웃음이 주렁주렁32번째 나무-둔덕면 영공방 팽나무

둔덕면 학산리에 영화에나 나올법한 멋진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4.05m의 굵다란 몸통에서 사방으로 뻗친 나뭇가지와 거기서 돋아난 풍성한 나뭇잎이 완벽한 우산 모양을 이룬다. 저녁노을을 등진 나무는 나뭇잎의 새까만 실루엣 사이로 누런빛이 내리쬔다. 마치 흑백사진에 황금 사과가 열린 듯하다.

뭐니 뭐니 해도 미국 영화를 보며 자란 성인 남자의 기준에 멋진 나무의 필수 조건은 역시 오두막이 아닐까? 숲 속의 아름드리나무에 작은 집을 지어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삼는 것. 학산마을 영공방 안에 이 팽나무가 그렇다.

팽나무 옆에는 1평 정도의 오두막이 공중에 떠 있다. 집에는 ‘Young's cabin(영의 오두막)’이란 문패가 붙어있고 실내에는 사람만 한 스파이더맨 인형이 벽을 타고 있다.

전통모형 체험장인 영공방에서 3~4년 전 이 오두막을 지었다. 원래 이 자리는 숭덕초등학교 학산분교인데 1999년 폐교된 이후 영공방이 올해로 13년째 빌리고 있다.

영공방 박영종 대표는 나무에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고 오두막을 지었다고 했다. 나무는 1997년 마을나무 12-10-6-10-1에 지정된 보호수여서 개인이 함부로 훼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350~400년으로 추정되는 마을의 귀한 수호목이어서다. 무엇보다 오두막 때문에 나무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학산분교 1회 졸업생인 모봉두(68) 학산마을 이장은 수십 년 동안 이 나무를 봐왔다. 어릴 때도 컸고, 지금은 더 컸다. 마을 안녕을 비는 당산은 따로 있고, 이 나무와 부지는 원래 다른 주인이 있었단다. 조 씨 성을 가진 마을 유지가 학교 지을 때 이 땅을 기증했다. 터 안에 조 씨를 기리는 공덕비가 아직도 있다고 한다.

나무 주변엔 오두막뿐만 아니라 15m 길이의 거북선을 비롯해 각종 전통 공예품이 정원에 전시돼 있다. 거기서 꼬마들이 뛰논다. 평일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을 오고, 주말엔 가족단위로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단다.

그저 그런 체험장이라고 하기엔 볼거리와 놀 거리가 넘쳐나고, 그렇다고 놀이공원이라 하기엔 무척 아늑한 장소다. 아마도 아름드리 팽나무와 오두막이 그런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것 같다.

박 대표는 이 나무의 가장 큰 매력은 두 개의 연리지라고 했다. 연리지란 두 가지가 엉겨 붙어 하나가 되는 현상으로 매우 드물다고 하는데 한 나무에 두 부분이나 그런 것이다. 연리지는 갈라졌다가 다시 붙는 모양새 때문에 진한 부부애를 상징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무는 아기와 관련이 깊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가 듣기로 아주 오래전 마을에 아이가 죽으면 이 나무 아래 묻었단다. 학교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폐교된 뒤에도 영공방이 들어서면서 꼬마들이 줄을 이어 놀러 온다. 게다가 박 대표가 실제 경험한 바로는 불임으로 걱정이 컸던 한 여직원이 영공방에 일하면서 아기가 들어섰다.

그는 그래서 아기의 탄생과 죽음을 다루는 삼신할매의 영험한 기운이 나무에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나무 그늘, 한낱 사람 시선에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문적인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청소 정도는 직원들이 한다 해도 건강관리나 가지치기 등 전문적인 부분은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다. 몇 년째 거제시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고 하니 이번 계기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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