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빌라 옥상에서 내려다 본 ㅅ오피스텔 터파기 공사 현장

옥포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 때문에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자 측은 소음을 일으켰던 터파기 공사가 지난 16일부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으나, 주민들은 지난 2월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당했던 피해에 대한 보상과 향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건축 현장은 지하 2층 지상 20층짜리 ‘ㅅ’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옥포동 536-8번지 일대다. 이곳은 거제대로(국도14호선)에서 옥포대첩로(시도13호선)로 접어드는 삼거리 부근으로 해당 오피스텔 외에도 2~3건의 대형 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상당히 혼잡한 상태다.

레미콘 차량이 도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형 콘크리트 타설 장비가 인도를 점령한 채 수십 미터 높이 건물에 작업하고 있어 보행자는 고개를 숙이고 기계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 맞은편에서는 상가 외관 공사로 각종 금속 구조물의 용접 및 절단 작업이 인도에서 벌어져 보행자는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ㅅ오피스텔의 공사 소음만 딱히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대로변 건물 뒤쪽 주택가로 들어서면 그 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린다. 장비로 소음을 측정하지 않아도 상당히 스트레스 받을 만한 수준으로 보였다.

일상을 망치는 공사 소음

건축 현장은 키가 높은 금속 패널을 두르고 있었고, 주변 주택과 간격은 불과 1m도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공사장과 붙어있는 ‘ㅎ’빌라의 내벽 타일이 떨어졌는데 빌라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진동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빌라 주민 A씨는 “지난 2월 오피스텔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 소음과 분진, 진동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멀쩡하던 빌라가 공사 이후로 세대마다 벽에 금이 가고 며칠 전에 계단 타일이 떨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A씨는 야간에 일하고 낮에 쉬어야 하는데 몇 달째 수면을 방해받고 있어 몸이 매우 허약해진 상태라고 했다.

또 70대 할머니 B씨는 빌라 1층 주민으로 터파기 현장과 가장 가깝다 보니 먼지 때문에 올여름에 창문도 열지 못했다. 낮에는 소음 때문에 도저히 집에 있지 못하고 동네 산책하러 나간다고 했다. 한 바퀴만 돌아도 지치는데 더는 갈 곳이 없어 쌈짓돈으로 목욕탕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외에도 조선소 야간 근무자 역시 낮에 잠을 못 이루고, 특히 임산부는 스트레스로 얼마 전 입원했다가 회복한 뒤 다시 빌라로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빌라 주민들은 반상회를 수차례 열어 대책을 논의해 업체 측에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다. 첫째 안은 사업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 주변 주택까지 사들여 오피스텔을 증축하고, 완공 후 분양하는 것이며, 둘째 안은 빌라 리모델링과 정신적 비해 보상으로 가구당 1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빌라 반상회 반장 C씨는 “제3자가 보기엔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빌라 주민들은 집이 부서지고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지경”이라면서 “우리의 요구가 지나치면 사업자는 수용 가능한 선에서 조정하는 성의라도 보여야 할 텐데 전혀 그런 움직임 없이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상회에 참석했던 시공사 간부 직원은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주민들 요구가 무리라고 판단해 고민하는 중이며, 아직 뚜렷한 대안은 없다”며 “시행사는 따로 있고 우리는 공사를 해주는 업체이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시 솜방망이 조치에 못 마땅

한편 거제시에 확인 결과 이 공사는 생활소음으로 인해 사업자가 2월과 3월 두 번에 걸쳐 과태료를 물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소음진동규제기준인 70dB을 초과해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부과 기준에 따라 1차 60만 원, 2차 120만 원을 적용했다. 또 지난 14일 재측정 결과 다시 기준치를 넘어 3차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의 조치가 못 미덥다. 시는 과태료와 더불어 소음저감을 위해 기계를 번갈아 작동한다든지 소음저감장비를 사용하는 등의 지시를 내렸지만, 피해가 줄기는커녕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사실상 과태료 100여만 원으로 2월부터 현재까지 반년 동안 소음과 진동, 분진 피해를 묵인한 셈이다.

시가 권유한 다른 대안도 주민들은 못마땅하다. 시는 건축행위를 제재할 권한이 없다며 경남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주민들은 “각종 피해 발생 시 거제시로 연락하라는 공사현장 안내판이 무색하게 시는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타 기관에 떠넘기고 있다”고 실망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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