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친구들을 만나면 노후준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감이 있으면 얼굴이 밝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아직도 건강에 자신이 있으면 기운이 넘치는 것 같고 다소의 질병을 안고 있으면 얼굴이 고단해 보인다.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에 상반되는 모습이다. 「인생 60부터 시작」이라고 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과학이나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날로 늘어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과거에는 환갑잔치를 굉장히 성대하게 했는데 요즈음 환갑은 단순한 생일 정도로 변했으며 동네 노인정에 입학하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고 말았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노인부양문제가 상당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식들한테 의지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가급적 본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다. 국가가 책임지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언제고 반드시 닥칠 일인데 미리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여기서는 어떻게 노후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같이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제일 먼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병들어 몸이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도 하지만 삶의 의욕 또한 저하된다. 아픈 몸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장수의 의미가 없다. 가끔 방송에 등장하는 올해 아흔 두 살인 민 덕기 할머니는 젊은 사람 못지않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규칙적인 운동이다. 민 할머니는 아침 5시30분에 기상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 훌라후프나 줄넘기 등은 어지간한 젊은 사람보다 월등한 실력이며 몸의 유연성도 뛰어나다.

민 할머니는 "건강은 저축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하루아침에 건강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꾸준히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해야 한다. 비록 재산이 있더라도 일을 갖는 목적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은퇴 후 사람들과의 교류를 유지하고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열정에 비해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내가 그동안 굉장히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수입에 관계없이 본인의 경험과 관심사, 가치관을 바탕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친구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놀이도 혼자보다는 역시 둘이 즐겁다. 좋은 것을 보고 함께 감탄하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더욱 풍요롭다. 특히, 노년세대의 우정은 성공적 노화의 조건 중 하나로 활발한 사회활동과 친구관계가 신체는 물론 정서적 건강과도 직결된다. 은퇴와 동시에 인간관계의 재정립이 이뤄지는 데 보통은 축소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젊은 시절보다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은퇴 후의 일상은 단조롭기 십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동년배 친구들과의 교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정서적 교감의 극대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인생의 노년기는 젊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소중함이나 어느 한 순간도 그냥 보내기 싫은 기적 같은 일상의 감사함이 있어서 인지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무튼 아름답고 행복한 청춘 못지않은 인생 2막을 열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노후준비에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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