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14호선 일운면 옥림리 구간에서 옥녀봉 이진암으로 올라가는 ‘옥녀봉길’을 두고 사찰 신도들과 인근 고철처리업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돼있어 신도들의 자동차 이용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약 2년 전 이 길옆에 한 고철처리업체가 들어서면서 길가에 고철을 쌓아두자 신도들이 자동차 이용에 불편을 겪기 시작했다.

이 길을 자주 이용하는 A씨는 “길가에 쌓아둔 고철 때문에 길이 좁아져 자동차가 지나가기 어렵고, 또 높게 쌓아 무너질까 불안하다”며 “신도들뿐 아니라 등산객들까지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안전하게 길에 다닐 수 있도록 업체 측에 고철 주위로 울타리를 쳐달라고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개인 땅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반면 업체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를 호소했다.

업체 대표 B씨는 “고철을 쌓아둔 장소가 우리 땅이긴 해도 이 길이 오랫동안 사찰 진입로로 쓰였기 때문에 최대한 불편을 안 주려고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고철 주위로 울타리를 치게 되면 운반 작업을 못 하게 되고, 그렇다고 사유지 전체 경계선에 울타리를 치면 완전히 길을 막아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고물을 쌓아둔 길과 사유지 경계선

▲ 옥녀봉길이 여러 지목으로 나뉘어있다. 회색 음영 부분이 고철업체의 사유지이며, 붉은색 음영이 구거(국유지)이다. 업체 위로는 임야(사유지)이다.

B씨는 또 “얼마 전 민원 때문에 현장을 확인한 거제시청 직원도 측량을 해보더니 이 길은 지목이 ‘도로’가 아닌 ‘구거(수로 부지)’로 돼 있으며, 정상 경로를 벗어나 사유지를 침범하고 있으므로 관련 부서에 문의하라고 했다”면서 “더 이상 사찰 측과 마찰을 빚지 않게 행정에서 빨리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온나라지도(국토교통부 운영)’에서도 이 길은 구거(국유지)와 임야(개인)로 나뉘어 있다. 국도 14호선에서 진입하는 이 길은 업체 위쪽 계곡까지 구거로 돼 있으며, 그 위로는 개인 소유의 임야(산110-25)다.

이진암에서 제공한 서류에 따르면 이 임야는 지난 2000년께 사찰 측이 거제시에 사찰 진입도로 정비를 위한 토지형질변경을 신청했고, 도시과가 허가했다.

이진암 측은 위쪽 산길은 이때 개설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길에서 시작되는 진입로 부분은 30년 넘게 이용해왔고, 당시 (땅 주인과)합의가 있었기에 개설됐다고 본다”며 “사찰이 있고, 등산로로도 쓰이는 이 길을 사유지라고 막고, (업체 측)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최근 현장을 확인한 뒤 업체 대표에게 적치물을 최대한 길 바깥쪽으로 옮기게 했다”면서 “당장 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것은 힘들고, 현재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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