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이 지났다.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은 지도 오래 되었는데, 아직 그들의 그림자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이번 역시 광복 칠십 주년이라는데, 그 의미도 새기지 못하고 지나갔다. 아니, 느닷없이 생긴 연휴에 갈 곳이 없어 ‘방콕’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무거운 몸이 되었다. 그래도 경사스러운 날이었으면 뭔가 마음속에라도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씁쓸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근무까지 궐하는 날로 하루 전날을 비워 놓는다면, 오래 전에 일정을 정했어야 하고 그만한 기념행사가 뒤따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냥 무의미하게 하루 더 쉬는 날이 되어 버린 것 외에는 남은 것이 없다.

더구나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경거망동이 이어지고, 아베 총리의 망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좀 더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대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최근 주변 정세의 어수선함을 고려하여 이 기간을 제대로 활용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일본의 옳지 못한 행동을 바라보면서 냄비 끓듯 우르르 반응했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통과성 반응이 되지 말고, 뭔가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장기를 내세우며, 미국을 등에 업고 국력 확장을 꾀하는 저들로서는 지난 역사에 대한 인정과 반성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저들에겐 애당초 주변 국가들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아예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정부 차원으로만 미뤄 둘 일일까. 뭔 문제만 나오면 모두 정부만 탓하는 우리의 습성도 점검해 볼 일이다. 분단국가로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조건도 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도 있으리라고 본다. 정부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대처해 주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다. 게재에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아니 아시아권의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게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저들이 지난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를 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도록 주변국들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면 이젠 민간 차원의 대처가 요구된다. 이는 한 나라에서만 이루어져서도 안 되고, 아시아권의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하여 크게 대처하여야 한다고 본다.

우선 필자는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차원의 사업부터 추진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일본의 만행과 속죄하지 않는 비양심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보급시키는 것은 어떨까. 그냥 보통의 영화가 아니라 아시아권의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하여 지금까지는 없었던 어마어마한 대작을 계획해 흥행에도 성공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처럼 다큐도 가미하여 일본의 저간의 행동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저들이 더 이상은 이런 비양심으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정부 차원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민간 차원으로 이루어져야 온 국민의 힘이 구심점이 되어 커다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뭔가 대대적인 극일 사업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즈음 보도에 따르면 광복절을 ‘건국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문제는 심사숙고할 것을 주문한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침략을 우리가 공인해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조선(朝鮮)’을 어떻게 보았는가? 국가의 발달 단계는 ‘부족국가’에서 ‘씨족국가’를 거쳐 온전한 ‘국가’로 간다고 보고, 조선은 아직 온전한 국가가 아닌 씨족국가로 업신여기며, 조선에 ‘이씨’를 붙여서 ‘이씨조선(李氏朝鮮)’, 이 말을 줄여서 ‘이조(李朝)’라 하지 않았던가. 아직 온전한 국가가 아닌 씨족국가라서 자기네들이 합병했다고 하고 있었는데, 광복절을 ‘건국일’로 한다면 그들의 발상대로 전에는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결국 저들의 생각에 우리가 동조한 격이 되기에 ‘건국일’은 그 이전의 역사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교활한 일본을 이기는 방법은 우리의 치밀한 대책 외에는 없다. 수시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국가간에 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저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의 치밀하고 슬기로운 전 국민적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아 극일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일본을 연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일본의 혼을 털어내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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