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을 넘기면서 결혼을 했다. 결혼이란 게 누구나 그렇듯이 각각의 세월을 살아온 두 사람의 결합이다 보니 마음 맞추기가 쉽지가 않은 법이다. 그때 가뭄에 소나기를 만난듯한 글 한 줄에 매혹당해 평생을 그 글귀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두 사람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어울리는 결혼을 한 사람은 분명히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너무나 다른 사람끼리, 그리고 아무도 축복하지 않는 결혼이지만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두고 평생을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은 앞으로 분명히 축복 받을 사람들이다.’

국어학적으로 설명해보면 축복을 받았다는 것은 현재 그 축복이 모두가 끝나버린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축복을 받을 것이란 말은 두 사람의 노력에 따라 얼마만큼 받을지는 끝없는 무한대이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이야기인가?

이 글을 쓴 사람이 바로 김형석교수님이시다.
그 글을 만났을 당시만 해도 김형석교수님은 대단히 연세가 많으신 노학자의 모습이었고, 그 노학자가 여러 저서에서 토해놓는 글들은 어린 시절에도 다방면에 걸쳐 내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했고, 살면서 정신이 번쩍번쩍 드는 영혼을 다듬는 글을 여러 번 만나게 해 주었다. 이런 영혼을 맑게 해 주는 김헝석교수님의 글에 매료된 사람이 어디 나 한 사람 뿐이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많은 젊은이들이 김교수님의 글 한 줄에 희망을 찾았고, 절망을 뛰어넘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젊은 시절 이렇게 우리들에게 영혼을 일깨워주셨던 그 김형석교수님이 96세의 연륜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또 다시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국 철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96세인 요즘도 곳곳에서 강의를 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책도 집필 중이라는 보도에 반가움을 금할 수 없었다. 1970대에 김형석 교수의 철학과 인생론에 관한 책을 보며 감동받았던 우리들이 50년 후에도 건재한 김 교수님이 경이롭기만 하다. 강의와 저작활동 외에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에 저서와 원고 등 1000여점의 자료와 평생 모은 도자기를 기증하는 등 풍성한 만년을 보내는 김형석 교수!

교수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인생의 가장 황금기는 젊은 시절이 아니라, 65세에서 75세 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만큼 살고 나서 뒤돌아보니 가장 가치 있다고 볼 수 있는 삶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고생을 한 부분이 가장 의미 깊고 가치로운 인생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김교수님의 이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되고 가슴에 닿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참다운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참다운 스승은 환경에 연연 하지 않고 옳은 길을 제시해 주고, 잘못 된 길을 가는 이들에게 회초리도 내리치며 이제 걸음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겐 그 제시한 옳은 길을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런 옳은 일을 감당해 주고, 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참다운 스승이 실종된 사회가 되고 있다. 분명히 잘못 가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옳은 이야기를 전해줄 지혜로운 어른들이 많이 있지만 그 일을 하러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감당하려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방학을 하기 전 4건의 연수 강의를 하였다.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아이를 만든다’란 주제로 가장 어린 학부모가 놓치기 쉬운 좋은 부모 되는 길을 소개했다. 다음은 초등학교 학부모님께 ‘시를 통한 인생 엿보기’란 주제로 문학을 퉁한 자녀교육, 내 인생 찾기를 강의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이 윤기 있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나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스승’이라는 주제로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강의를 했다. 교직자를 향한 세상의 질타에 위축되지 말고 그래도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키우는 귀한 일을 하는 사람임을 각인시키며 대한민국의 스승임에 대한 사명감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사람이 교사임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누가 나를 키우는가’ 라는 제목으로 진로교육을 했다. 자신의 앞날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함을 전하면서 세계와 나라와 자신을 위하여 우뚝 서는 글로벌 인재가 되길 바라는 큰 꿈을 그려보라고 희망의 멧세지를 전하였다.

우리 사회에 이런 김형석교수님과 같은 참다운 노스승이 많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겸비한 이들이 정신적 가치가 빈곤해가고, 인생의 목적을 잃어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어j주고 삶의 윤기를 전해 주는 그런 사람이 많으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맑아지고, 가치로운 목표를 향해 자신을 키워가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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