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 롯데마트 거제점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종규(67) 씨가 폐업 결단을 내렸다.

이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진썬마트’가 롯데마트 개점 이후 매출이 뚝 떨어져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하며,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롯데마트 앞에서 피해 보상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근 강남25시 편의점주 박상기(78) 씨도 같은 이유로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이 씨는 “롯데마트 개점 이후 적자가 계속 쌓여 가게를 운영할 형편이 못 된다”며 “롯데마트로 인해 노후계획이 산산이 무너진 것에 대해 반드시 보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롯데마트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지난 3일 자신의 가게인 미진썬마트에서 지난해와 올해의 월별 매출액을 기자에게 공개했다.

지난해는 1월 1600만 원(십만 단위 이하 생략)으로 시작해 7월까지 1500~1800만 원 선을 유지했다. 8월부터는 1200~1300만 원을 오르내리다 12월 1000만 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씨는 12월은 각종 송년 행사가 많아 손님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듬해 1월부터 다시 회복해야 하는데 올해는 작년 1월보다 500만 원 적은 1100만 원에서 시작했다.

6월까지 1000만 원 선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급기야 7월엔 900만 원으로 내려갔다. 올해는 작년과 비교해 월매출액이 500~800만 원 정도 적다.

이 씨는 “7월은 성수기라서 주류·음료·아이스크림 등 매출이 가장 높을 때인데 롯데마트 개점 이후론 죄다 그쪽으로 몰려 오히려 다른 달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2013년과 2014년은 같은 달이라도 장사가 더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그 차이는 100~200만 원을 유지했다.

이 씨에 따르면 월매출 1000만 원을 일반 직장 월급으로 따지면 0원도 아닌 ‘-(마이너스)’다. 1500만 원 이상을 유지해야 100만 원이 겨우 넘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상품을 가게에 들이려면 빚을 내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이 씨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가게 문을 닫기로 어렵게 결심했다.

그런데 폐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가게를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게 물건을 모두 처분한 뒤 상가를 비워줘야 한다.

이 씨는 6년 전 이 가게를 인수할 때 권리금으로 6500만 원을 더 보탰다. 상품 진열대 등 각종 집기가 그 돈에 포함됐는데 막상 가게를 정리하자니 팔 곳이 없다.

철제 진열대를 고물상에 팔면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으나, 고물상에서 아예 취급 안 한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정해 겨우 무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롯데마트가 생기기 전에는 높은 가격에 가게를 인수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때는 노후를 대비해 팔지 않았는데 이제는 가게를 사려는 사람은커녕 권리금 주고 산 가게 집기들도 버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현재 보증금 일부를 미리 돌려받아 대출을 갚았다. 그가 보여준 통장엔 수천만 원의 빚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정년퇴직 후 노후대책으로 빚을 내면서까지 겨우 마트를 인수했다”며 “성실히 일하면서 빚을 갚고 일자리 걱정 안 하며 살려고 했는데 그 기회마저 빼앗아가 버리니 이는 죽으란 말이나 다름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지금 하는 피해 보상 시위는 나와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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