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닫게 된 중소마트 대표 이 모 씨가 텅빈 냉장고를 가리키고 있다.

옥포에서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67) 씨와 박모(78) 씨가 지난 4월부터 롯데마트 거제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롯데마트 때문에 가게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져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롯데마트 측에 각자 보상금 1억 원을 요구한 상태다.

롯데마트 맞은편 도로변에서 미진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롯데마트가 개점한 뒤로 주 고객층이던 학생들이 육교를 건너지 않고 곧장 마트로 가는 바람에 아이스크림과 음료 등 간식거리 매출이 뚝 떨어져 냉장고를 비워 놓았다”면서 “이쪽(롯데마트 맞은편) 주민들도 예전엔 우리 가게에서 주류를 구입하다가 이제는 마트에서 대량 구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마트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고 판단해 8월쯤에 장사를 접기로 각오했다”며 “정년퇴직 후 노후대책으로 7년간 살뜰히 지켜온 가게를 포기하는 보상으로 마트 측에 1억 원을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강남25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씨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그는 월 매출이 기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같은 처치에 놓인 이 씨와 함께 시위에 나섰다고 했다.

이들은 또 “대형마트로 인해 주변 상가가 다 죽게 생겼는데 정작 입점을 허가한 거제시는 우리 사정을 모른 체하고 있다”며 “거제시가 나서주지 않으면 중앙정부에라도 이 억울함을 알릴 것”이라고도 했다.

롯데마트 측에선 현금 보상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트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국에 롯데마트가 입점하면서 개별 상가에 보상한 사례는 전무하며, 현금 보상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가게 매출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법을 두 가게에 제시하고 있으나 현금 보상만 고집하고 있어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두 가게의 딱한 사정을 알지만 1억 원 현금 보상은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기 때문에 행정이 기업에게 보상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서 “지금으로선 원만히 일이 해결될 수 있도록 롯데마트 측에 해결 방안을 당부하면서 양측 협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남을 주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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