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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신라시대에 태어났다오.”24번째 나무 -거제 명진 느티나무

거제면 명진마을 느티나무는 사실상 거제 최고 나무다. 기록상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됐다. 그래서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113호에 지정됐다.

나무 앞에 세워진 안내판은 나무 둘레를 7.7m로 소개하고 있다. 직접 재어보니 가슴높이에서 나무줄기의 둘레가 9m에 이른다. 가지의 길이는 10m 줄자로 어림없어 재기를 포기했다.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이는 약 600년 정도이고, 수관(樹冠·가지 부분) 폭은 동서로 23m, 남북으로 20m이다. 또 명진리는 신라시대에 명진현이 있던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도 그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마을과 함께한 이 나무를 예부터 수호신목으로 섬기고 있으며, 이 마을에 새로 시집온 새색시는 제일 먼저 이 나무에 와서 ‘고신제(告神題)’를 지냈다.

고신제는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데 한자로 보아 신에게 알리는 의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를 ‘제사 祭’가 아닌 ‘제목 題’를 쓴 것은 오타로 보인다.

또 주소도 원래는 명진리 220번지인데 233번지로 잘못 안내하고 있다. 안내 전문을 읽어봐도 같은 말이 반복되는 등 무성의하게 안내판을 만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안내판이 잘못됐다고 해서 이 나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무는 참 잘 컸다. 노거수라면 으레 채워져 있는 충전재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썩은 곳 없이 건강하게 긴 세월을 견뎠다는 뜻이다.

가슴 높이에서 아홉 갈래로 뻗은 가지는 거대한 쇠지지대가 떠받치고 있다. 이 거대한 나무도 자기 힘만으로는 세월의 무게를 버티기가 힘들었나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팽나무처럼 부풀고 흘러내린 살집이다. 기자가 취재한 느티나무 대다수가 나이는 많아도 살집이 근육질이었던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나무가 워낙 크다보니 가지가 갈라진 부분도 넓고 깊게 패였다. 얼마 전 내린 비로 작은 웅덩이 2개가 그 사이로 만들어졌다.

나무 아래에선 천장이 매우 높아 이 나무의 키가 짐작되지 않는다. 나무의 전체 모양을 보려면 나무 그늘을 한참 벗어나야 한다. 비로소 보이는 것은 거대한 산이다. 가지가 워낙 길고 높게 뻗다보니 9m 굵기인 줄기가 앙상해 보일 정도다.

주변은 온통 논이다. 그늘이라곤 키가 무릎 높이도 안 되는 어린 벼들 아래 논바닥 밖에 없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농사철에 이만한 휴식처가 있을까.

명진마을 느티나무는 분명 거제의 보물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초대형 나무다. 하청의 느티나무가 거제1호 천연기념물에서 물러난 지 오래인데, 그 자리를 이 나무가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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