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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 몰라도 이 나무 특별하다스물세 번째 나무-오비 중촌마을 느티나무

스물세 번째 섬나무는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오비초등학교 정면에서 오른쪽 담장을 따라 마을 위, 산 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멀리 들판 한가운데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있다. 정확한 주소는 오비리 529번지다.

이 나무를 찾은 날은 이제 막 장마가 시작된 터라 굵은 빗방울이 오비 중촌마을의 산과 들을 적셨다. 이런 날의 시골 풍경은 더없이 감상하기 좋다. 맑은 날은 나뭇잎이나 풀잎이 햇빛에 반짝여 제 색깔을 낼 수 없는 반면 비오거나 우중충한 날은 본연의 초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비에 젖으면 더욱 싱그러운 향을 내뿜는다.

또 공기 중 먼지가 씻겨 시야도 밝다. 이번 주인공도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도 그 형체가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뒤로 더 멀리서는 앵산 산등성이 사이로 안개가 피어나는 장관이 벌어졌다.

좁은 마을길을 차로 달려 나무 주변을 돌았지만 나무로 이어지는 제대로 된 길이 없다. 말 그대로 들판 한가운데 꽂혀 있다. 논을 가르는 논둑이 나무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눈으로 보기엔 금세 닿을 것 같으면서도 논길을 따라가다 보니 옆 논두렁으로 옮겨 타야하는 등 꽤 둘러가야 했다.

나무에 도착하고 보니 역시나 접근이 어려워서인지 나무 아래는 들풀이 무성하다. 다른 보호수들은 관리가 미흡하다해도 어느 정도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정비해놨는데 이 나무는 아예 사람의 접근을 차단한 듯하다. 거제시 보호수 관리대장에는 2004년 덱(deck)을 설치했다고 기록해놨으나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나무는 한 차례 고초를 겪었는지 줄기 대부분이 충전재로 채워져 있다. 무릎을 웃도는 잡초를 헤치고 나무에 접근해 그 살결을 더듬었다. 가슴높이 둘레는 줄자로 재어보니 대략 4.8m. 관리대장에는 5.1m에 나이는 250년으로 기록돼 있다.

보호수 안내판도 나무 아래 한쪽에 세워져 있다. 안내판은 마을 뒷산의 지신에게 장수와 마을의 번영을 위해 설날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에 따르면 나무의 내력에 대해선 전해지는 바 없으나, 당산제를 지내는 나무는 아니었다고 한다. 또 들판 한가운데 있다고 해서 잎이 피는 상태를 보고 날씨를 점치는 기상목(氣象木) 역할을 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접근이 어렵고 풀이 무성해 현재로선 정자목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저 오랜 세월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마을을 내려 보고 있었더니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로 자랐다. 그 덕에 사람들은 뿌리 주변으로 돌담을 쌓아주고, 보호수( 12-19-8-2-13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사람으로부터 최소한의 관심만 받으며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이 나무가 꽤 자유로워 보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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