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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굿님 묘 지키는 청포 팽나무22-청포마을 팽나무

거제엔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노거수가 꽤 있다. 산과 들이 있는 마을엔 으레 키가 크고 풍성한 머리채를 자랑하는 정자수가 나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더러 눈에 띈다.

사등면 청포마을에도 보호수에 이름 올리지 못한 노거수가 있다. 국도14호선을 타고 통영 방향으로 가다 보면 거제대교로부터 3km 정도 떨어진 구간에 청포마을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청포마을은 오래전 개발이 멈췄다. 그야말로 21세기 국도를 달리다 20세기 마을로 시간여행 온 듯하다. 길은 좁은 데다 바닥도 고르지 않고, 마을의 얼굴인 마을회관도 허름하기 짝이 없다. 좁은 길가에 따닥따닥 줄 이은 낮은 집들은 뜨거운 햇살에 금세라도 땅에 말라붙을 것처럼 오래돼 보인다.

그래도 그 가운데 신식 집들도 더러 보인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마을인가 보다. 기자 역시 보호수 미지정 나무를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마을길 끝에 아주 조그마한 부두가 있다. 부두 공터를 덮고 있는 팽나무가 이번 스물두 번째 나무 주인공이다.

나무는 더벅머리다. 풍성한 머리채를 땅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시청에서 가지치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또 이렇게 잔가지가 자랐단다. 큰 줄기가 위로 곧지 못하고 옆으로 삐죽 자라 키가 높지 않아서다.

아주 오래전 벼락을 맞았다는 얘기도 있고, 태풍이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사등면지에는 1936년 태풍으로 원둥치(줄기의 방언)가 부러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두 개의 큰 줄기가 남았는데 흉고(사람 가슴 높이) 둘레가 하나는 2.2m, 다른 하나는 1.7m로 측정됐다. 가지가 아닌 줄기가 땅과 평행을 이뤄 그 그늘이 매우 넓다. 그래서 그늘만큼이나 덱(deck) 평상도 넓게 지어졌다.

다만 나무 주변으로 지난해 것으로 보이는 낙엽더미가 수북하고, 평상 위도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 역시 노인들만 남아 나무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다.

이 나무는 주인이 따로 있다고 마을에서는 전해진다. 나무 옆에 2층 양옥이 있는데 그 집이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1926년생 할머니가 20대에 이곳에 시집온 이야기다. 할머니가 이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옆으로 자라는 모양은 변함없단다.

나무 옆에 신굿님이라 불리던 무당이 살았다. 이 무당은 이 나무를 영감으로 삼고 굿을 벌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할배나무라 부르기도 했다.

이 무당은 매우 영험하기로 소문나 멀리서도 줄이어 찾아왔다고 한다. 신굿님이 나무 뒤 묘에 묻힌 뒤에도 어떻게 소문을 듣고 왔는지 타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이 나무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무는 마을 당산나무로 타지인이 치성을 올리면 마을이 부정 탄다는 이유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나무 아래에는 당시 쓰이던 제단이 아직도 남아 있다. 밑동을 감싼 제단을 깨부수고 덩치를 키운 나무뿌리에서 민간신앙의 신통력과 엄숙함이 느껴진다.

마을의 안녕을 빌던 신성한 나무라도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면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내용물도 대부분 음식물이라 잠시만 방치해도 악취가 진동한다.

한 마을 주민은 여름 되면 나무 아래 쓰레기 치우는 게 일과가 됐다고 푸념했다. 마을에 노인들만 남아 이런 행위들을 강력히 조치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마을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져 웃음소리가 나고 생기가 도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 즐거움이 마을에도 전해지도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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