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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부부 맺은 옥동 팽나무스무 번째 나무-둔덕 옥동 팽나무

▲ 둔덕면 상둔리 옥동마을 보호수 팽나무
둔덕면 상둔리 옥동마을은 산방산과 대봉산, 백암산의 경계선 골짜기에 자리해 있다. 세 산의 줄기 사이에 있어 땅이 길고 좁아 다랑이(계단식) 논밭이 촘촘히 경사면을 채우고 있다. 그나마 평편한 땅은 논밭으로 내어주고 가옥들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숲과 가까워서 그런지 옥동마을에 들어서면 큰 키를 자랑하는 거목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마을회관 옆 팽나무라든지, 거기서 4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누운 팽나무가 특히 그렇다.

이들 나무가 있는 곳에서 북쪽에 있는 산방산을 바라보면 산허리에 정인사 사찰이 있고, 산 아래에는 전원주택 공사들이 한창이다. 마지막 집 지붕 뒤로 잎이 무성한 가지가 살짝 보이는데 이 나무가 거제시 보호수 12-19-6-1-8호(1982.11.10. 지정) 팽나무다.

가까이서 마주한 이 나무는 참 잘생겼다. 팽나무 특유의 축 늘어진 살집이 아니라 느티나무처럼 근육질이다. 또 일자로 곧게 자란 몸통에 적당한 높이에서 우람한 가지가 사방으로 매끈하게 뻗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무는 아직 200살도 되지 않은 청년 나무다. 직접 재어보니 흉고(사람 가슴 높이) 둘레도 3.9m 정도다.

2002년 발행한 둔덕면지에는 125살이라고 기록돼 있다. 성산 이씨 옹이 1850년 당시 고목이 말라 죽자 이곳에 포구나무(팽나무 방언) 한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또 약 50년 전부터 내려오는 말로 잎이 일제히 피면 대풍(大豊)이고, 단계적으로 피면 흉작을 예고했다고 한다.

마을에선 이 나무가 190살 정도 됐다고 한다. 주민 A씨에 따르면 故이도주 씨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작대기만 한 포구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컸다고 했다. 면지에서 말하는 성산 ‘이 씨’가 故이도규 씨의 고조할아버지로 짐작된다.

덧붙여 옛날에는 마을의 평안을 비는 당산제와 풍년을 기원하는 용신제를 이 나무에 지내곤 했단다. 용신제는 물을 다루는 신수(神獸)라고 알려진 ‘용(龍)’에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물(비)을 잘 내려달라고 비는 제사다.

또 마을 뒤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이 팽나무와 부부를 맺었다고 한다. 팽나무를 수컷 삼아 할배나무라 불렀고, 소나무를 할매나무라 불렀다.

그러나 소나무는 태풍에 쓰러져 고사(枯死)하고 말았다. 태풍이 ‘사라(1959년)’인지 ‘매미(2003년)’인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이 나무를 찾은 날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짙었다. 산을 덮고 있던 운해(雲海)가 산을 타고 아래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는데 이 나무의 배경으로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사실 이 나무가 있는 곳이 마을과 산을 구분 짓고 있다. 나무를 지나치면 내리막길 끝에 ‘어온골천’이라는 작은 계곡이 있고, 계곡을 건너면 산이나 절로 올라가는 길이다. 계곡은 산 경계선을 따라 흐르다가 마을로 내려가면서 폭이 넓은 하천으로 발달한다.

계곡과 팽나무 사이에는 밭도 숲도 아니면서 꽤 넓은 비탈진 면이 있는데 들국화로 보이는 하얀 야생화 군락이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이 만개할 때쯤 계곡에서 비탈면 위의 팽나무를 올려다보면 꽃구름 위에 나무가 떠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아쉬운 것은 다른 보호수와 달리 마을 끝 산자락에 있어서인지 행정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보호수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만 낡을 대로 낡아 색은 하얗게 바랬고, 도장(塗裝)은 쩍쩍 갈라져 형편없다.

나무 건강도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잘라낸 가지는 벌레가 파먹어 나무 아래에 톱밥이 쌓였다. 신록이 우거진 초여름인데도 잎이 크지 않고 아직 어리고 연하다.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주민 A씨는 “마을에 노인들만 몇 가구 남아 나무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면서 “시에서 영양제를 투약하는 등 관리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급한 대로 올해는 영양제 대신 막걸리 5말 정도를 사다가 부어보겠다고 했다.

흔히 의지할 수 있는 튼튼한 사물이나 사람을 ‘버팀목(木)’이라 한다. 수 세기 동안 거제 각 마을의 버팀목이 돼 온 나무들이 사회가 발달할수록 관심 밖으로 내쳐지고 있다. 지금 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버팀목 하나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팽나무 뒤로 산방산이 운해에 가려져 있다.
▲ 옥동마을회관 옆 팽나무
▲ 마을회관 뒤쪽 마을길에 있는 누운 팽나무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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