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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와 할매, 그리고 난쟁이 나무열아홉 번째 나무-유계6길 세 나무

▲ 하청면 유계리 서상마을 입구 느티나무(할매나무)
하청면 유계6길을 따라가면 서대·서상마을이 나온다. 이 도로 위에 유계리의 자랑인 노거수 세 그루가 있다.

먼저 만나는 나무는 몸통이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가고, 두 줄기만 살아남아 북쪽으로 기운 느티나무다. 거제시 보호수 관리 대장에 따르면 1982년 7월 시(市)나무 12-19-3호에 지정됐다. 나이는 400살이고, 흉고(사람 가슴 높이) 둘레는 6m이다. 직접 재어보니 5.2m였다.

여기서 100m 더 가면 정원에나 어울릴만한 아담한 팽나무(포구나무)가 서 있다. 보호수로는 지정돼 있지 않고, 흉고 둘레는 1.9m, 키는 대략 4m 안팎으로 보인다.

이 나무에서 다시 산 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서상마을 입구에 거대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1982년 11월 10일 면나무 12-19-9-3호에 지정됐고, 나이는 350년, 흉고는 6.5m라고 관리 대장에 기록돼 있다. 직접 재어보니 흉고는 6.3m였고, 무릎 높이에서 잰 밑동 둘레는 10m 줄자를 가득 채웠다. 어떤 이는 가을에 붉게 단풍이 든 이 나무를 보고 “산 하나가 불타는 것처럼 웅장했다”고 표현했다.

서상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 말에 따르면 세 나무 가운데 반쪽짜리 느티나무가 가장 나이가 많으며 마을에선 ‘할배나무’라 불린다. 그리고 덩치가 가장 큰 서상마을 입구 느티나무는 사실 막내이며, ‘할매나무’라 불린다.

이에 따라 팽나무는 나이가 350에서 400살 사이인 셈이다. 이는 앞서 취재한 다른 마을의 팽나무들이 200~350살에 흉고 둘레가 4~6m였던 것과 비교하면 서대마을 팽나무는 나이 보다 몸집이 매우 작은 편이다.

전설에는 한밤중 할배나무에서 하얀 머리에 하얀 도포를 걸친 노인이 땅까지 늘어뜨린 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단다. 현대에 와서야 그 허깨비가 희미하게 빛을 내는 특성이 있는 원소(元素) ‘인(燐)’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은 동물 뼈에도 있으므로 옛날엔 주로 무덤에서 발견돼 도깨비불로 오인하기도 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뒤에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할배나무가 온전했을 때는 지금 할매나무보다 컸으며, 당시 하청면사무소 앞 느티나무(섬나무 2호)에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할배나무와 팽나무는 언제, 누가 심었는지 전해지지 않지만, 할매나무는 식수자를 운 좋게 알아낼 수 있었다.

마을 이장을 지냈던 주민 A(73) 씨는 30여 년 전 백부로부터 한 모녀 이야기를 들었다. 백부가 말하기를 1970년경 40대로 보이는 한 모녀가 앵산 산자락에 있는 분묘를 찾아 벌초하더란다. 사연을 물으니 묘의 주인은 ‘정돌백’이란 사람으로 약 350년(현재 2015년 기준 대략 390년) 전 할매나무를 심었던 장본인이라고 했다.

할매나무 자리는 앵산 산줄기 중 하나의 끝자락으로 예전엔 서당이 있었고 여기서 학문을 닦던 정 씨는 서당 옆에 느티나무를 심었다. 그 뒤 4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이 나무는 현재 거제에서 손꼽히는 거목으로 자랐다.

A씨는 하청면지(2009.5.31 발행)를 펴낼 때 그 사실을 꼭 넣어 달라 했지만 끝내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정 씨의 묘가 현재 후손의 발길이 끊어져 잡초가 무성한 채로 방치돼 있다. 정 씨는 딸만 둘을 낳았고 이들 집안에서 대를 이어 정씨의 묘를 관리해왔다. A씨의 백부가 40년 전 만났던 그 모녀도 정 씨 딸의 후손이었다. 외가의 먼 조상의 묘를 수백 년 관리해 온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정 씨의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마을에 큰 보물을 남긴 인물로 기록돼야 함은 물론이고, 그의 묘도 후손에게만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지역 유산으로의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팽나무(왼)와 할배 느티나무(오른)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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