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속보(速報)전쟁이 한창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퇴치할 치료제가 없음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 치사율이 30～40%라는 점에서다. 더욱이 컨트롤타워마저 부재한 실정이니,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 부재현상이 난무하는 가운데 ‘총리부재’란 말도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소통부재, 정보부재로까지 이어지는 정국이니, 국민의 알권리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런 가운데 메르스 감염병원,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다 뻥 뚫려버린 방역망은 초기대응에 실패한 결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로써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공포심에 빠진 우리는 방향타를 잃고 있다.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퇴치하기는커녕 상대방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그런 만큼 불신의 벽도 자연히 높아지고 있다.

메르스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던 필자는 자신도 모르게 아라비아숫자를 암기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1번, 14번, 16번은 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자, 즉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이다. 1번은 중동(바레인)에서 귀국한 메르스 최초 감염자이고, 14번과 16번은 1번으로부터 감염된 2차 감염자이다. 이러한 슈퍼전파자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함으로써 3차 감염자가 속출하는 현실임도 더불어 확인한다.

어찌하랴.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격리자도 무려 3,000명을 넘어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휴교, 휴업을 한 학교도 2,400여 개교를 넘어서면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실정이다. 우리 거제 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순신 장군의 첫 승첩을 기리는 옥포대첩기념제전행사(제53회) 등 여러 행사가 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를 격리할 수밖에 없다. 가택격리, 음압격리병상 등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격리’라는 말도 자연히 일상생활 속에서 익어지고 있다. 이른바 메르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난리통에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때늦은 ‘긴급재난문자’를 확인한다. 메르스 예방수칙 즉 ‘자주 손 씻기’, ‘기침·재채기 시 입과 코 가리기’,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가 그것이다. 헌법 34조 6항에 의하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국가’의 노력에 부응해 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겠지만, 거두절미하고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상책인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과 국가는 분리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작금의 상황은 국가적 재난임에 틀림없다. 이를 수습하기라도 하듯 인간형 로봇 휴보(HUBO)가 ‘로봇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속보가 타전된다. 이른바 우리나라에서 만든 로봇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난구조용 로봇‘으로 뽑힌 것이다.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로 인해 온 국민이 시름에 잠긴 터라 일말의 기대감마저 생긴다. 불신(不信)에 빠진 인간을 대신해 로봇을 통한 탈출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로봇 휴보는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2011)’를 재현한 공간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과제 수행을 부여받아 인간 이상으로 말끔히 완수한 바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차를 운전해 경기장의 문을 열어 진입하고, 냉각수 밸브 잠그기, 전동공구로 벽 뚫기 등의 미션을 단시간에 해낸 것이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 서프라이즈 미션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로써 재난수습로봇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점을 신뢰(信賴)한 필자는 금의환향하는 로봇 휴보에게 신종 바이러스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미션을 부여한다. 인간을 대신해 하루속히 “메르스 컨트롤타워를 작동하라!”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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