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전 날이었다. 여러 곳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축하의 선물을 보내 주셨는데, 고현 성당과 옥포성당에서는 작년처럼 축하 화분을 보내 주셨다. 조그만 우리 절에 장평성당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신자님들께서는 예쁜 난 화분과 맛있는 참외를 갖고 찾아 오셨다. 너무나 반갑고 기쁜 일이어서 바쁜 행사준비는 잠시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축하의 인사와 덕담을 나누면서 같이 차를 마시는 동안은 모두가 즐거워했었다. 아빠를 따라서 처음 절을 찾아온 요한이라는 초등학생은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같았는데도, 어색해 하지 않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모두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었다.

다음 날에는 작년에도 오셨던 통일교회 목사님과 가족들이 오셔서, 비빔밥을 맛있게 드시면서 축하를 해주셨다. 많은 사람들과 여러 정치인들이 찾아 와서 축하를 해주셨지만, 종교가 다른 성직자들의 축하는 말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다. 종교화합을 말하기 이전에, 세상을 온통 사랑하는 진심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와 예술이 추구하는 공통적인 주제가 ‘사랑’이다. 어쩌면 ‘사랑의 문제’는 종교적인 것 이상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아서 성장하고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과 역사를 통해서 증명이 되고 있다. 모든 성인(聖人)들께서도 자비심과 사랑을 가르침의 핵심으로 하셨다.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사랑으로 완성을 이루어간다는 것이다. 성인들께서 가르친 이런 진리는 성인들이 따로 만들어서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에 있는 것들을 말씀하신 것이다.

자연과 우주법계에 있는 것을 찾아내어 가르치신 것이다. 성인들께서는 우리 자체가 사랑이고, 자비 덩어리라는 것이다. 이기심과 집착에 쌓인 자비심과 집착에서 벗어난 이타적인 자비심으로 구분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사랑과 자비심의 바탕은 착하고 선한 것으로 한다. 악한 것은 사랑이 될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는 것은 악으로 볼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기원을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선과 악에 대한 개념파악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크게는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로 구분하거나 표현한다. 맹자의 성선설은 우리의 본성이 근본적으로는 자비롭고 평화로운 부분이 더 많아서, 타인의 고통을 보면 측은지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순자의 성악설에서는 우리의 본성 중에서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을 지적하면서, 이런 악한 마음이 다툼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선은 배타적이지 않고, 다툼을 만들지 않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악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면서 재앙을 만들고,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우리들은 선과 악을 같이 갖고 있다. 온건하고 친절하다가도,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에서는 성선설적인 모습과 성악설적인 모습이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개념이 바뀌거나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선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없다는 것이다.

선과 악의 개념은 항상 대립적이면서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선이 있기에 악이 있는 것이고, 악이 있기 때문에 선이 있다. 선과 악에 대한 문제는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존재와 현상을 보고 느끼는 세상을 보는 관점인 가치관이 우리를 선과 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불행한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세상을 이익과 손해라는 관점에 중심을 두면서 공격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잘못된 지능을 사용하는 이런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산다.

선하게 살아야한다거나 악하게 살아야한다거나 대해서는 아예 고민도 하지 않는 무자비하고 양심도 없는 짓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 동물이 되어, 정의를 피하고 도덕을 파괴하여 자신이 취한 그 물질적인 이득이 결국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를 만든다. 하지만, 이익과 손해보다는 선함과 악함으로 가치의 중심에 두면 우리의 삶은 평화로울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삶보다는, 서로를 위해서 이타적인 행위를 할 때가 훨씬 행복해지고 훌륭해진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남을 돕는 것이 보통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은 남을 도울 때에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무한경쟁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선하게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 완전한 선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선을 행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악이 줄어들게 되어 선한 사람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인간의 영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는 무엇이 옳다고 정의를 내리거나 해답을 갖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다만 인간을 도덕적으로 완전하게 선한 존재로 만들어서 행복해지게 하는 것이 두 가지의 설이 갖는 본래 목적일 것이다. 관점과 내용이 다른 것 같으나, 악을 멀리하고 선을 쌓으라는 뜻은 같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 -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올해 성탄절에는 맛있는 찹쌀떡을 갖고 성당과 교회에 축하하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고, 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 오늘은 요렇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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