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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호유구(畵虎類狗)

지난 19일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선 거제시립박물관 건립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회(이하 보고회)가 열렸다.

권민호 시장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거제시립박물관 건립 사업은 타당성 조사에서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거제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이 시급하다는 용역사 측 의견이 나왔다.

시립박물관 건립을 우려하는 시민도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박물관을 건립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공립박물관의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도 지자체에 박물관 사전평가제와 사후감리를 받도록 발표했을 정도다.

거제 지역엔 이미 공립박물관 2곳(거제어촌민속전시관,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과 사립박물관 4곳(거제박물관, 거제민속박물관, 해금강테마박물관, 외도조경식물원-전문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박물관들은 거제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정 주제를 테마로 한 관광객 유치를 위주로 한 박물관이 대부분인 까닭에서다.

그나마 박물관의 구색을 갖춘 거제박물관은 지역 유일 제1종 종합박물관 이지만,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거제시에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요 조사와 검토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면, 시립박물관은 신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물관이 가진 문화적 가치 때문이다. 박물관은 문화 체험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 1000여 곳이 넘게 박물관이 각 지자체마다 건립된 이유도 저마다 각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거제시립박물관은 특정 테마가 아닌 철저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거제 지역 문화재 발굴과정에서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대학교 박물관 소장고로 유출된 유물 수천여 점을 되찾는 사업이 시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열린 거제시립박물관 건립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회를 지켜보면서 ‘화호유구(畵虎類狗)’라는 말이 떠올랐다.

박물관 건립에 있어 선행돼야 할 지역 역사 조명이나 기록물 보존·관리,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문화체험 방안 등은 찬밥 신세가 되고, 어떤 위치에 건립할 것인지, 또 박물관 건립으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 유치와 수입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만 분분한 모습을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설립 목적이 ‘문화’가 아닌 ‘수익’이 우선이라면 이 사업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리는 꼴이 될 우려가 커 보인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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