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안스님 /연등사 주지

사람들은 절에 가서 기도를 타성적으로 하고 있다. 기도의 순서가 주어지면 그것을 놓칠새라 부지런히 따라 행하며 법당이 떠나갈 듯이 소리치며 철야정근까지 한다.
아미타불도 좋고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을 목이 터져라 부르고 있다. 모두 다 소리쳐 부르기 때문에 자기도 밑질새라 소리쳐 동참한다. 그리고 나면 그들의 마음은 후련해지면서 기도가 바로 성취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아울러 마음이 홀가분하고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을 것이다.

왜 그들은 소리쳐 기도할까? 부처님 가르침 속에 등장하는 불, 보살님들이 귀가 먹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크게 불러야만 불, 보살님들이 감응해 오시는 것일까? 목이 아파 그 분에게 차라리 보청기를 끼워드리려 하니 귀에 구멍이 뚫어져 있지 않다. 하는 수 없이 이제 확성기를 들고 정근해야 할 것 같다. 좀 더 경제적인 기도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은 세속에서 억눌려 왔던 스트레스를 절에다 쏟아 붓고 간다. 그들은 언제나 오물 투성이 같은 세속의 상념들을 머리에 잔뜩 담아와서는 성스러운 법당에다 입으로 양껏 토해내어 버린다. 그들은 얼마만큼의 기도 동참금으로 마음껏 고함을 지를 수 있는 시간을 기도라는 미명하에 사찰로부터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리고는 정신 없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한다. 절 밥맛이 기가 막히다고 야단이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고 난 뒤의 식사는 소금으로 밥을 먹어도 꿀맛이 난다. 봉정암 생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는 오늘 주어진 할 일은 다했다는 묘한 성취감을 갖고 산을 하산한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기도이다.
그들은 기도를 대단히 잘못 하고 있다. 불교의 기도는 자기의 소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은 그가 소원을 입으로 말하기 이전에 이미 그의 심중을 꿰뚫어 보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부처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사람이 기도를 해야 그 마음을 알아주는 그런 성인은 불교 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런 성인은 공양 받을 자격도 없고 기도 받을 자격도 없을 뿐더러 아예 찬탄해 존경할 가치조차 없다.

왜냐하면 불교에서의 성인은 상대가 끊어진 절대적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열반경(涅槃經)에서 “불성이 평등하기 때문에 중생을 보는데 차별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기도를 간곡히 해야 소원을 받아 들어주는 신은 아주 수준이 낮은 잡신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런 어설픈 신에게는 기도할 필요가 없다.
바른 공부하고 실천하는 불자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신통과 위력이 그 같은 신들의 수준을 분명히 뛰어 넘을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속적 손익계산으로 부처의 자비를 평가하려 해서는 안된다. 수준이 낮은 잡신들만이 인간의 마음을 사실 그대로 갖고 있다. 그들은 조건부 거래를 하고 있다. 많이 매달리면 많이 주겠다는 이런 유치한 신들은 모두 다 소탕시켜 버려야 한다. 그들이 바로 중생세계를 어지럽게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대학에 가려면 다른 아이 하나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 기도를 들어줘야만 영험 있는 성인이라고 칭송할 수 있겠는가? 부처님은 그런 졸렬한 자비를 쓰지 않으신다. 왜 부처를 위대하다고 하는가? 바로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 중생을 제도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입시 기도와 더불어 각종 기도시에 부처님 뜻에 합당한 것인지를 잘 살펴서 해야 한다. 정녕 내 아이를 위한다면 바르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입시와 각종 기도시에 바른 기도를 행한다면 엄청난 힘을 향상시킬 수가 있다. 조건을 내걸고 그 소원을 들어주는 신은 너무 추악하고 위험한 신이다.

강아지에게는 사람이 절대의 신이다. 개가 꼬리를 치고 따라붙을 때 인간들은 먹이를 주고 귀여워하며 끌어 안아준다. 그러나 개가 버티고 항변해 오면 인간은 순식간에 그들을 처형해 버린다. 그래서 개들은 인간들을 보고 웃고 싶어도 마음대로 웃을 수가 없다. 그냥 짖고만 있을 뿐이다. 이상한 행동을 해 인간들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리게 하는 날에는 그들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난 뒤 즉시에 보신용으로 먹어 치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들의 눈에는 인간들이 기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처럼 인간들의 소원을 기도로 들어주는 신은 인간과 같거나 조금 차원이 높은 간교한 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건부의 기도는 부처님 가르침인 경전 속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이 언제나 조건을 따지다 보니 그들은 불교 속에 들어와서도 그 심사를 버리지 못하고 위대한 성인들을 상대로 조건부 흥정을 붙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를 남보다 더 높이고 주야로 불러서 절대의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그것은 자기 최면이고, 자기 마취에 빠지는 것이다. 불교는 그런 기도를 절대적으로 원하지 않는다. 그런 형식으로 가피를 입으려면 차라리 절에 와서 경전에 입각한 바른 공부와 바른 실천을 할 필요 없이 허구한 날 바깥으로 산과 들로, 강과 바다로 찾아 통성기도로 소원을 이루고자 함이 훨씬 쉽고 간편할 것이다.

부처님은 중생들이 기도를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그들의 소원을 모두 다 그대로 이루어 주고 계신다. 그렇지만 중생들이 그 가피를 모두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중생들이 그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오신 뜻을 다시 한 번 기리며 그 분과 조사들께서 경전과 어록에 극구만류하신 것(사주, 철학, 부적, 삼재풀이, 삼재기도, 방생(환우를 위한 인간방생을 해야함), 성지순례(바깥으로 좇지 말고 안으로 살펴야 됨), 운맞이 기도 등)들인 비불교적 행위는 마땅히 사라져야 할 부산물임을 불자들은 명심해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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