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엔 ‘벼락바위’라고 불리는 바위가 유독 많다. 거제지명총람(1996·거제문화원)에 소개된 벼락바위만 12곳에 이를 정도다.

벼락바위란 이름이 전해져 오는 곳은 거제면 명진 마을, 남부면 다대재 동쪽, 동부면 산양마을 남쪽 장구배미 위, 동부면 학동마을 서쪽 탕건바위 인근, 둔덕면 옥동마을 산방산 기슭, 사등면 지석리, 장자골 동쪽, 수양동 동쪽, 장평 못골 남쪽 맷동걸산 인근, 연초면 오비리 점골 서쪽 봇골 인근, 일운면 대동마을(현재 석유비축기지) 못고랑, 장목면 장목리 범밧골 인근, 덕포동 갯마을 등이다.

벼락바위에 대한 전설은 모두 바위 생김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바위가 벼락을 맞아 쪼개진 것 같은 모양인데 전해져 오는 전설도 거의 벼락을 맞아 쪼개져 ‘벼락바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지역의 많은 벼락바위 중에 조금은 다양한 전설을 가진 벼락바위는 둔덕면 산방산자락에 위치한 바위다.

설화에서 벼락은 ‘권선징악’이나 ‘하늘의 벌’을 묘사하는 도구로 주로 사용되곤 하는데, 둔덕면 옥동마을 벼락바위에 전해지는 두 개의 전설 모두 인간의 잘못된 욕망을 하늘이 벌하는 내용이다.

둔덕면 옥동마을에서 산방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동쪽(거제면 옥산방향) 대봉산 자락에 네모 모양에 둘레가 50m가 넘는 큰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는 서로 사랑할 수 없는(근친 또는 불륜) 두 남녀가 바위 위에서 사랑을 나누다 하늘의 벌을 받았다는 전설과 함께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전설이 함께 전하고 있다.

욕심이 부른 공 씨 할머니의 죽음

신라시대 둔덕면 옥동마을에 공 씨 성을 가진 노파가 살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하얀 광택을 지닌 화려한 옷감인 명주를 좋아해 누에고치로 명주실을 만드는 일은 좋은 돈벌이였다.

공 씨는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산골짜기마다 자연산 산뽕나무 잎을 따다 누에를 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무슨 영문인지 산뽕나무에 흉년이 들어 누에를 치는 일이 힘들게 됐다. 뽕잎을 먹지 못한 누에는 고치를 치지 않았고, 고치가 되지 않은 누에는 실을 생산하지 못했기에 누에는 공 씨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벌레가 됐다.

수년 동안 누에를 키우며 살던 공 씨지만 쓸모없는 벌레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깊숙한 산골자기에 있는 바위 밑에 누에를 모두 버렸다.

누에를 버린 지 일주일 쯤 지났을 무렵 공 씨는 우연히 자신이 누에를 버린 바위 밑을 지나게 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 씨가 버린 누에가 일주일 동안 실을 토해 풍성한 고치로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 씨는 누에들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욕심이 생겼다. 공 씨는 누가 보지 않을까 주변을 살피다가 치마를 펼쳐 자신이 버렸던 누에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뇌성과 함께 벼락이 공 씨의 머리 위로 떨어져 공 씨는 죽고 바위는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만 차리다 하늘의 벌을 받고 목숨을 잃은 공 씨를 손가락질 하며 공 씨가 벼락을 맞아 죽은 장소에 있던 바위를 ‘벼락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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