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은 거제 지역 명산 중 전설이 가장 많은 산이기도 하다. 하늘나라 선녀들이 봄구경 나와서 춤을 추며 놀았다는 선녀바위, 처녀들이 왜구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는 절부암, 기우제를 지내던 무지개터, 벼락바위와 약수터, 임진란 때 옥씨(玉氏) 일가가 피난을 했다는 옥굴과 옥씨가 피란생활을 하면서 베를 짰다는 베틀굴 등이 있다.

또 천하명당으로 오색흙(五色土)이 나온다는 오색터와 인근에 삼신굴(또는 석굴암, 부처굴)이라고 부르는 석굴도 있다. 삼신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우대사와 노루

조선 문종 때 지우라는 스님이 삼신굴에서 불경을 외며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노루(혹은 꽃사슴) 한 마리가 찾아와 불경을 외는 스님 앞에 앉아 함께 수행을 했다.

노루가 삼신굴 앞에 수행을 한 지 9년이 지날 무렵 스님과 노루는 서로 말이 통할 정도가 됐다. 그러던 중 어느 가을날 스님은 불경소리를 듣고 있는 노루가 애처로워 노루에게 이야기 했다.

“말 못하는 짐승아 너는 전생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9년 동안 불경소리만 듣느냐? 너는 비록 짐승이지만 불경을 많이 듣고 법문을 좋아했으니 만일 축생의 몸을 버린다면 분명히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노루는 3일 동안 한시도 스님 곁을 떠나지 않았고, 3일이 지난 아침 굴 앞에 죽어 있었다. 스님은 노루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는데,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황색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스님에게 말했다.

“저는 어제 새벽에 죽은 노루인데, 대사님의 공덕으로 산 아랫마을 김 아무개 댁의 아들로 태어날 것입니다. 왼쪽 겨드랑이에 노루털이 붙어 있을 것이니 그것을 보시고 짐작하시면 됩니다.”

스님은 아이에게 원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부모에게 7살이 되면 자신에게 보내 승려가 되게 하라고 일렀다. 원묘는 영특해 16세가 되던 해 대법사가 됐고, 이후 삼신굴에 돌아와 불경에 정진하게 됐다.

그리고 한 해가 끝날 무렵 산 중에 길을 잃은 여인이 동굴을 찾아 왔다, 여인은 “스님 소녀는 지아비가 집을 나간 지 오래돼 찾다가 길을 잃었는데 굴 밖이라도 좋으니 하룻밤 묶게 해달라”며 부탁했다.

하지만 원묘는 불경만 외울 뿐 처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은 “스님은 불경만 외울 줄 알지 부처님의 자비와 인간 구제를 모르고 어찌 불법을 깨친다 합니까?”라고 원묘를 원망했다.

그때서야 원묘는 자신의 경솔함을 알고 여인을 굴 안에 들였는데, 수행을 하는 몸이지만, 어여쁜 여인과 단둘이 비좁은 굴속에 있으니 마음이 혼란해 괴로워 더욱 불경 외우는 일에 정진했다.

자정이 지나자 여인은 곧 해산을 할 것 같다며 배를 움켜쥐고 뒹굴었다. 원묘는 어쩔 수 없이 여인의 수발을 들어 미역국까지 끓여 먹였다. 새벽이 밝아오자 원묘는 수행이 흐트러졌으니 마지막 예불을 드리고 하산하려 부처님 앞에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여인이 부처로 변해 “나는 호명보살이다. 너는 머지않아 보살의 도를 얻을 것인데 내 너를 시험해 본 것이다”라고 말하고 꽃구름을 타고 사라졌다.

이 때 산방산 주변과 마을에 꽃비가 내려 산천이 꽃으로 뒤덮었다. 그때부터 이 산을 산방산이라 불렀고, 그 아랫마을을 산방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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